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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만에 만든 소셜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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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TV프로그램에서 게임에 푹 빠진 주부의 사연을 소개한다. 그녀가 어쩌다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됐고, 결국 육아 포기 상태에 이른 과정을 상세하게 고발한다.


언뜻 보면, 얼마 전 프리우스라는 MMORPG에 몰입한 나머지 3개월된 딸을 굶어죽게 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과 관련된 TV프로그램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 법하다.


그러나, 그 TV프로그램은 얼마 전 미국에서 방영된 것으로 소셜게임 ‘팜빌(FarmVille)'에 과몰입된 한 엄마의 사연이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MMORPG처럼 어느 정도 몰입감이 있는 장르도 아니고, 소셜게임이라면 매우 단순한 게 아닐까 싶어 저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팜빌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징가(Zynga)사가 개발한 소셜게임으로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자신의 농장을 일궈 거기서 야채 등을 수확한다는 매우 단순한 콘셉트이다. 일본산 시뮬레이션 게임 ‘목장이야기’를 매우 단순화시킨 타이틀로 이해하면 더욱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단순한 팜빌은 페이스북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으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다. 하루에도 전세계 3,200만명의 버추얼 농부들이 자신의 농장을 육성하는데 여념이 없는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는 팜빌 개발의 산파역을 한 리드 기획자 아미트 마하잔 씨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팜빌의 초고속 개발 : 페이스북 넘버원 게임을 5주만에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주제로 숨겨진 개발 비화를 공개했다.
아미트 씨와 동료들은 개발팀의 변변한 이름도 없는 상태에서 ‘팜빌’을 만들던 도중, 징가사의 눈에 들어 순식간에 인수합병됐다고 한다. 회사도 아니었고 팀 이름도 없었으니 M&A라고 하기에도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다.


팜빌을 만든 개발팀은 게임 디자이너 3명, 아티스트 2명, 웹프로그래머 6명이 전부였다. 프로그래머들은 PHP나 플래시에는 노련한 멤버들이었지만, 서버 기술이 딸려 미들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아미트 씨의 강연 테마처럼, 3,200만명이 즐기는 대박 소셜게임 ‘팜빌’을 단 5주만에 만들었다는 것이다.
개발팀 11명이 모두 월급 500만원씩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부가적인 개발 비용을 합해도 5주일이라는 기간이면 수천만원에 불과한 금액으로 ‘팜빌’을 개발해낸 것이다.


팜빌은 초기 론칭할 당시, 하루만에 18만명이 플레이를 시작했다. 이는 개발팀이 예측한 사용자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고 한다. 11명의 개발인원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게 뻔하다. 사용자들의 문의와 불만 사항들이 폭주하듯 접수되면 개발팀 전원이 대응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실제로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없어,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사용자들을 우선 안심시키는 데에 주력했던 것이다. 소셜게임은 몰입도가 약하기 때문에 순간의 잘못된 대응은 사용자들을 곧바로 다른 놀이터로 옮겨버리게 한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셜게임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인 셈이다. 끊임없이 사용자들의 요구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응해야만 장수할 수 있는 것이다.


팜빌은 타 게임에 비해 매우 적은 비용과 기간으로 만들어낸 듯 보이지만, 소셜게임의 특성 상 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하루에 3,200만명이 즐기는 팜빌의 성공 스토리의 이면에는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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