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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세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5.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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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우던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2002년 이들 게임을 개발한 스퀘어와 에닉스가 RPG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원한 라이벌처럼 보였던 두 회사가 충격의 합병을 단행한 것이다.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으니, 그 후에 스퀘어에닉스가 승승장구했던 건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지난 4월초 주가 기준으로 스퀘어에닉스의 시가총액은 2,267억엔(한화로 약 2조 6천억원)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게 있다. 무료 게임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SNS사이트 GREE는 스퀘어에닉스보다 355억엔이나 많은 2,622억엔(약 3조원)이다.


일본 업계의 절대강자로 칭송받으며 철옹성을 지켜왔던 스퀘어에닉스가 SNS사이트로 몇 년새 부지런히 달려온 GREE에 눌린 형국이다. 매출은 약 10배, 직원수는 20배 이상이나 스퀘어에닉스가 높지만 경상이익 면에선 GREE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닌텐도나 소니같은 하드웨어 메이커를 제외한 소프트 개발 기업들도 대부분 GREE의 맹렬한 성장 곡선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업계에서 힘 좀 쓴다는 코나미가 2,604억엔, 반다이남코 그룹이 2,292억엔, 캡콤이 1,200억엔으로 GREE에 뒤떨어져 있다. 유일하게 세가사미가 3,274억엔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물론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언제나 변동의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선 크게 출렁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라그나로크로 크게 재미를 봤던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직후에 스퀘어에닉스의 시가총액 수준까지 다가선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50억엔까지 떨어져 있다.


지난해 일본 가정용게임 시장 규모는 5,490억엔으로 이전에 비해 줄지도 늘지도 않은 제자리 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드래곤퀘스트9 등 300만개 넘는 히트작이 4작품이나 나왔지만, 시장은 성장하지 않았다. 


스퀘어에닉스의 와다요이치 사장은 “가정용게임기는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위험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가정용게임으로 먹고 살아온 회사의 대표가 한 말 치고는 매우 충격적이다.

PC나 휴대폰뿐 아니라 TV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최근 등장한 아이패드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다양한 기기에 고성능 CPU가 탑재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게임을 하기위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게임기를 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와다 사장의 위험한 예측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넓은 의미로 보면, 게임 전용기가 아닌 또 다른 멀티미디어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쪽 시장에 게임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 게임시장의 확대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 전용기 시장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 위협 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에선 아직은 한국이 절대 강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은 PC를 들고 다니는 시대를 넘어 주머니에 넣고, 또 그 후에는 어떠한 새로운 물건(?)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뛰어넘는 융합 기기를 내일 당장 세상에 공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온 게임기 시장이 스마트폰 등에 의해 한순간에 흔들리는 것처럼 한국의 PC온라인게임도 언제 어떤 위협을 받을 지 모른다. 부지런히 미래를 준비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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