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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마력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5.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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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임이든 ‘최초 5분’이라는 법칙이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해서 5분이 지나기 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면, 그 게임을 포기하게 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법칙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셜게임에 있어서도 5분의 법칙은 중요하다. 다양한 소셜게임을 제작해온 ‘디지털 초콜릿사’의 리드 디자이너 아키 자르비넨 씨도 게임의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셜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초반에 절대로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타 플랫폼의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내에서의 활동이 중심이 되고, 게임은 부수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게임 개발자들은 사이트 내에서 소문을 퍼뜨리거나 게임 플레이에 흠뻑 빠지게 만들 무엇인가 재미요소를 넣어야 한다.


아키 씨에 따르면, 플레이어를 소셜게임에 끌어들이는 방법에는 3단계의 스텝이 있다고 한다. 게임에 수용(收容)시키고, 친구와 동화(同化)시켜서, 게임에 열중하도록 가속(加速)시킨다는 흐름이다.


하루에도 수천만명이 즐기는 농장 경영 소셜게임 ‘팜빌(FARM VILLE)’을 예로 들어보자. 개발사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반인 토지와 농기구 그리고 일정금액의 게임머니를 준다. 이것이 일정한 사이버 공간 안에 플레이어를 받아들이는 첫 번째 단계인 수용(收容)이다.


어느 소셜게임에서나 비슷하지만 팜빌에서도 친구들의 농장을 가끔 방문해 비료를 뿌려주는 행위만으로 일정량의 게임머니를 수고비로 받게 된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 게임에 동화(同化)되도록 만드는 게 두 번째 포인트다.


어느샌가 친구가 경작하는 농장을 방문하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친구가 어떤 야채를 재배하고 있는지, 트랙터를 사용해 빠르게 밭을 경작하는지 점점 신경이 쓰인다. 이때부터 플레이어는 자신의 농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가속(加速) 단계에 접어든다. 


이렇듯 소셜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줘서는 안된다. 단계별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셜게임에 있어서 게임의 목표는 단순히 개발적인 측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마케팅적인 테크닉의 영향을 받고 있다. 플레이어의 궁금증을 부추기고, 언제나 아슬아슬한 부족함을 맛보게 하는 방식이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소셜게임에서 게임 레벨을 조금만 더 올리면, 가게의 평수를 늘리거나 새로운 직원을 더 고용할 수 있는데, 항상 중요한 시점에 요리사와 웨이터들은 너무 힘들어서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드러눕는다. 휴식을 취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플레이어는 목표를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에 그들에게 음식을 줘, 바로 회복시키고 계속해서 일을 시키게 된다. 
플레이어의 이런 행위는 현실에서라면 악덕 업주로 비난 받겠지만, 게임 내에서는 용인되고, 지속적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습관적으로 말이다.


결국 개발사는 레스토랑의 직원들에게 노동 시간의 한계치를 설정해 두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습관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이 정도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그 소셜게임은 성공한 셈이다.


어찌됐든 소셜게임은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오랫동안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어떤 습관을 가지게 하는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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