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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보는 또 다른 시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06.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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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사는 스무살의 줄리앙은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유독 좋아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게임에 들어가면 언제나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특히 총을 사용하지 않고 나이프만으로 대전하는 일명 칼전에선 누구에게도 쉽게 지는 법이 없었다.


어느날 칼전에 집중해 있던 줄리앙은 특정 아이디의 플레이어가 휘두른 나이프에 연거푸 쓰러지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자신을 절대강자라 믿었던 그는 굴욕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다음날부터 게임에 들어가, 자신을 무참히 쓰러뜨린 플레이어를 집요하게 찾기 시작했다. 약 반년의 추적 끝에 상대방이 프랑스 북부의 한 도시에 살고 있는 걸 확인했다. 집 앞에서 나이프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줄리앙은 현관문을 나오던 미하엘 씨를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찌르고 말았다. 
 
다행히 급소를 벗어나 미하엘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줄리앙은 체포된 후에도 “정말 한방에 죽이고 싶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철없는 청년의 무분별한 폭력으로 게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현지에서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게임의 폭력 묘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심리학회의 기관지 ‘리뷰 오브 제너럴 사이코로지’ 최신호도 게임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텍사스A&M대학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는 폭력 게임의 악영향에 대해 불안해하는 심리를 다각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폭력 묘사가 문제시된 것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게임뿐 아니라 다른 미디어에서도 자주 논의돼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게임의 나쁜 영향을 발표한 연구는 그 방법이나 이론적인 면에서 많은 허점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폭력성이 높은 게임이라고 지정된 게임들은 공간 인지 능력이나 사회적 참여 의식의 향상, 교육 분야로의 응용과 같은 플러스적인 측면도 상당수 존재한다고도 보고서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의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젊은이들의 폭력범죄는 줄고 있다고 지적하며, 폭력게임이 젊은이들의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청년의 폭력 사건도 (사회적으로) 게임을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근거 없는 견해 때문에, 게임이라는 문화의 장단점을 폭넓은 시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심리학회 소속인 브라노바 대학의 패트릭 마키 교수도 편협한 시점에서 폭력게임을 함부로 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도 역시 퍼거슨 교수와 같이 “게이머들이 폭력적인 게임을 통해서 점점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폭력 사건의 발생은 지금보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빈번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학회는 게임의 폭력적 영향에 관해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이 폭력게임의 영향을 받기 쉬운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연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매우 신경질적이라든가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이라든가 뭔가 구체적인 인간형을 탐색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유형의 게이머들에게는 폭력성 높은 게임을 멀리한다든지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논리가 맞다면, 프랑스 청년이 휘두른 폭력은 결국 게임과는 무관하게  본인의 인격 타입으로부터 비롯된 셈이다.


언제나 게임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난에 앞장 서 왔던 기성세대와 충격적 보도만을 해온 일반 미디어의 시각에 경종을 울리는 심리학적 연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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