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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플라이 스포 개발팀] “스포 신화, 이제부터가 진짜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7.01.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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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FPS를 꿈꿨다. 지난 2004년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통한 화려한 데뷔 이후, 수많은 이들이 나를 찾았고, 내 안에서 즐거움을 얻었다. 적지 않은 참신한 시도들이 나를 통해 선보였고, 성공적인 신고식도 치렀다. 단순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에 대한 찬사는 연일 이어졌다. 이러한 유명세는 나로 하여금 ‘요행’ 혹은 ‘어부지리’격 성공 사례라는 폄훼성 발언의 불씨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면죄부와 함께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정도가 최악의 평가에 속할 만큼 나는 가히 ‘될 성부른’ FPS게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최소한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드래곤플라이 회사전경


▲ 드래곤플라이 스포 개발팀 단체사진

정확히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그들의 앞에 서면 나는 하염없이 작아진다. 그들은 오늘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최악의 평가 잣대로 나를 저울질한다. 그리고는 이내 ‘가능성만을 확인했을 뿐 한참이나 뒤떨어진’이라는 수식어를 내게 던진다. 나의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또다시 새로운 즐거움을 부여하기 위해 고심하기 일쑤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전 세계를 대표하는 FPS게임이 될 거야’라고 읊조린다. 이미 내로라하는 FPS게임이 됐거늘. 이미 국내 게임사(史) 기록들을 차례로 갈아치워 왔건만. 수많은 신(新)기록 퍼레이드를 연출해 왔건만. 이런 말을 할 때면 그들은 또다시 눈을 흘기겠지.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다며.

물론 알고 있다. 포부가 너무도 큰 까닭이요, 일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는 이유며,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임을. 그렇다할지라도 이것은 너무 과하다. 이런 말을 할 때면 그들은 또다시 나를 일깨운다. 내가 지금까지 이룬 유일한 수확이 FPS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었을 뿐이라고. 나에게 ‘스페셜포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스포 열풍’을 낳게 해준 욕심쟁이 개발자 집단. 그들이 바로 드래곤플라이의 핵심부서 ‘스페셜포스 개발팀’이다.


▲ 내부 모습

“만족 앞에 진보는 없다”
최초, 최고를 지향한 드래곤 플라이 ‘스페셜포스’ 개발팀. 총 29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목표의식은 너무도 뚜렷하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하늘에게 조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포부가 이들 속에 잠재되어 있다. FPS 불모지였던 국내 게임 시장에 1인칭 온라인 게임을 선도하며, 최장 기간이랄 수 있는 79주 연속 PC방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무후무한 PC방 점유율 20% 고지를 돌파하기까지. 이들은 거침없이 달려왔다. 강남역 작은 둥지에서 오로지 ‘참된 즐거움’을 목표로 개발에 정진해오길 수년여.

이 기간 동안, 이들은 게임과 동거했고, 게임과 결혼했다. ‘어디에 사나요?’라는 질문에 스스럼없이 자택이 아닌 회사를 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궈낸 승전보에 대해 인터넷PC문화협의회와 모 게임사와의 갈등이 빚어낸 ‘어이없는 결과’라 폄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다. 옹색한 변명조차 없다. 땀방울 하나하나에 열과 성을 다할 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함을 증명해내고 있는 국내 게임사의 자랑. 그럼에도 언제나처럼 만족을 모른다. 이들은 말한다. ‘아직도 목이 마를 뿐이라고’. 만족 앞에 진보는 없다고 욕심쟁이 개발사의 열정쟁이들. 그렇게 ‘스포 신화’는 탄생했다.

“배려는 성공을 동반한다”
주택단지 내에 위치한 ‘스페셜포스’ 개발팀의 아지트. 보다 조용한 곳을 원하는 개발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이전한 새 둥지다. 개발팀 특유의 산만한 분위기 대신 정리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냉장고에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편안한 잠자리와 샤워시설 마련은 기본이다. 출퇴근도 여느 회사에 비해 여유롭다. 남들보다 여유 있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은 러시아워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는 기반을 낳고 있다. 전반적으로 개발자들의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완벽한 방음을 기점으로, 개발에의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기획팀 3명, 서버 클라이언트 및 데이터 베이스 등 프로그램팀 17명, 그래픽 8명 등 총 29명으로 구성된 적지 않은 인원이 한 식구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결코 보유 면적이 작은 것이 아니다. 낮은 칸막이를 통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중시한 까닭이다. 전 직원의 ‘아이디어 뱅크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조직화를 꾀해 최적화된 개발팀 구성 역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의 작전명 ‘유저 회귀 프로젝트’를 위한 움직임 또한 일사분란하다. 국제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단순 개발 업무를 벗어나, 게임의 완성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로지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토대 완성. 이제는 한발 더 앞서 성공 신화의 재현이라는 구도로 ‘스페셜포스’ 개발팀은 진화하고 있다.

스페셜포스 팀의 4대 천왕

고성원 팀장(3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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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외치는 휴머니스트. 최대의 자유도에서 최고의 게임이 탄생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카르마 온라인’과 ‘스페셜포스’ 등 FPS게임 개발에 4년여의 청춘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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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입장을 대변”
급변은 없다. 사실상 FPS의 골격을 완성하는 선에서 개발팀의 참여는 중단됐다. 이를 대신해 유저들이 게임을 개발해왔다. ‘이렇게 하면 좋아할 거야’ 따위의 어설픈 유추 대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겸허한 자세로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스페셜포스’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개발팀 또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요청한 사안은 하나다. ‘유저가 되라’, ‘유저 입장에서 즐겨라’. 이러한 자유도는 신뢰를 낳고, 신뢰는 게임성으로 되돌아 왔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성공 요인이라 판단한다.

정성화 파트장(3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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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를 취미로 삼은 그래픽 아티스트. 지난 2000년부터 게임 산업에 투신해, ‘란 온라인’부터 ‘스페셜포스’ 프로젝트 등 다양한 게임 개발에 참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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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의 연속에 총력”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스페셜포스’를 평가함에 있어 그래픽이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하지만 뛰어난 그래픽이 결코 재미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 보다는 랙을 반감시키고, 초반 설계에 따른 데이터 전송률에 최적화된 형태로 그래픽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사실 화려한 그래픽 구현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구형 엔진에 속하는 ‘스페셜포스’의 중추 골격은 최신 그래픽을 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욱이 유저들은 익숙함에 대한 변화를 원치 않고 있다. 올해에는 신규 맵과 다양한 신종 무기 형태로 그래픽을 강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조용학 파트장(3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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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잠을 못 이루는 터프남. 2003년 ‘천상의 문’ 개발을 시작으로 게임계에 입문했다. ‘스페셜포스’의 프로그램 전반을 손수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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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우일신 전략에 포커스”
캐릭터 부분 엔진을 제외한 모든 골격은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최근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버그들의 완벽한 박멸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껏 ‘스페셜포스’는 거대 패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보다는 1년 12개월 365일을 내내 작은 패치들이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매일 보는 얼굴은 변화 폭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수개월 후의 변화는 확연히 알 수 있다. 유저들의 성향을 토대로 가장 최적화된 게임의 골격 완성을 위해, 더디지만 확실한 정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기태 PM(2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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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트장의 해외 출장을 틈 타 인터뷰에 응한 패기의 사나이. ‘게임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라는 인생철학에 기대 제 2의 ‘스포 신화’ 완성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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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유저 비율에 초점”
2007년은 ‘스포 신화’의 원년이다. 더 이상의 예고편은 없다. 당장 e스포츠 리그에 최적화된 ‘스페셜포스’ 2.0버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캐릭터의 비중을 높여 남성 유저뿐만 아니라, 여성 유저들의 비율을 좀 더 높일 계획이다. 다른 파트와 마찬가지로 비약적인 변화나 발전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좀 더 편리성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새로운 시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기획단계인 만큼 무엇이라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해 달라. 자부하건데 ‘스포 신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뿐더러,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한눈에 살펴보는 ‘스페셜포스’ 개발팀
‘스페셜포스’ 개발팀 29명 중 해외 출장 등의 영향으로 총 27명의 개발팀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개성 넘치는 개발진의 이모저모를 그래프 형식으로 완성,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음을 밝힌다.

▲ 여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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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 20%
+ 게임 - 16%
+ 영화감상 - 6%
+ 없음 - 12%
+ 기타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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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만들기가 한창이다. 웰빙 열풍에 맞춰 ‘건강 다스리기’가 하나의 유행을 낳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답게 게임을 취미 생활의 중심으로 둔 개발진들이 간발의 차로 2위에 머물렀다. 기타 의견으로는 음주가무, 잠자기, 어록쓰기, 낙서, 전시회 관람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 혼인 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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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 - 81.4%
+ 기혼 -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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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개발자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개발팀의 총 합산 연령은 806세로, 평균 연령은 29.8세를 기록했다. 결국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결혼 적령기 끝물이거나 혹은 오버한 상황이다. 게임과 결혼했다는 이들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 남녀 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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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 3명
+ 남성 - 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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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개발자의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페셜포스’ 개발팀은 FPS장르 자체가 남성적 취향임을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뒤를 이어 고된 개발에의 어려움도 남성 개발자들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했다.

▲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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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만족 - 29.6%
+ 만족 - 55.5%
+ 보통 -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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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은 철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최대 만족, 만족, 보통, 불만, 최대 불만이라는 총 5가지 항목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이번 항목은 복지, 개발환경, 연봉, 비전, 분위기 등 전반적인 부분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개발 경력
[3년 5개월] 개발경력은 평균치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폭이 컸다. 적게는 1년차 새내기부터 많게는 10년차 베테랑까지. 전반적으로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1년차 개발진 9명, 5년~7년차까지 8명, 기타 개발 경력을 갖춘 개발진들이 포진해 있다.

개발 작품
[2.2개]총 8개 작품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부터, ‘스페셜포스’가 처녀작인 개발진까지. 다양한 그룹이 속해있다. 단일 타이틀을 개발한 11명의 개발진이라 해도, 경력은 결코 짧지 않았다. 4년차 이상의 개발자들 중 상당수가 ‘스페셜포스’에만 매진, 장인정신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이직률
[0.3회]대부분의 개발진들은 ‘드래곤플라이’에 청춘을 바쳤다. 롤플레잉 게임 ‘카르마’부터 명실 공히 최고의 FPS게임이라 불리는 ‘스페셜포스’ 신화 창조까지 한 배를 타왔다. 라이프싸이클이 짧고, 이직률이 높은 게임계의 현실을 조명할 때, 이례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zoom in]


▲ '안보고 쏴도 적중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보여준 그래픽 디자이너


▲ "아~일!좀 하자고"를 부르짖던 스페셜포스 개발자


▲ 우리는 아주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중


▲ "드래곤플라이로 오세요~"라고 외치는 그래픽 팀원


▲ 한 방에 오케이~훈남형 외모를 지닌 프로그램 팀원


▲ 부사장님이 취미로 모으시는 기관총 진열장


▲ 스페셜포스 캐릭터는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 야근이 잦은 개발자들을 위한 사장님의 배려공간


▲ 카페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늑한(^^?)직원 휴게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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