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마리오가 여자였다면…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09.07 10: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우월주의를 따르는 건 아니지만, 게임의 주인공이라면 역시 여성보다는 남성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북미에서 개발된 인기 게임들은 울퉁불퉁 근육질의 남성 히어로가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꽤 많다.
얼마전 북미의 게임미디어 가마수트라(Gamasutra)는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대형 퍼블리셔들이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개발 스튜디오들에게 여성 캐릭터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북미의 리서치 단체인 EEDAR은 게임의 주인공 성별과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업계 전반적으로 남성 캐릭터에 편중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고, 현지에서 릴리즈된 콘솔 타이틀 중 90%에 달하는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 보면, 게임업계에 팽배한 남성우월주의를 지적한 가마수트라의 보도가 신빙성을 얻는 듯하다. 


그러나 EEDAR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51%에 달했다. 또 캐주얼 게임에서 남성과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고, 코어한 게임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46%나 됐다.
가마수트라의 보도대로 라면,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게임은 점차 감소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EEDAR의 조사를 보면, 큰 변화가 없는 점이 상반된다.


실제로 게임에서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의 성별은 게임의 퀄리티나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EEDAR는 게임의 퀄리티에 관해서는 다양한 전문 미디어들의 리뷰 점수로 파악한다고 전제한 뒤에 코어 타깃 게임 910종의 리뷰 점수 평균을 분석했다.
남성 캐릭터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 여성 캐릭터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 남녀 캐릭터 모두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등 3종으로 구분된 타이틀들은 리뷰 점수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미 게임 업계가 남성 캐릭터에 편중된 비즈니스 전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캐릭터의 성별과 게임 퀄리티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은 남녀 성별이 명확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주인공 캐릭터의 성별을 파악하기 힘든 게임은 리뷰 점수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로봇이나 미지의 생명체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유저의 감정이입이 어렵기 때문에, 게임의 리뷰점수가 크게 높지 않았다.


한편 매출에 관해서는 게임의 리뷰 점수와는 달리 극단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오는 타이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량적인 분석과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다. 슈퍼마리오나 피파, 콜 오브 듀티 같은 인기 게임 시리즈가 ‘주인공이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잘 팔린다’고는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 게임들의 매출에는 브랜드 인지도, 개발 예산, 마케팅 예산 등 다양한 요소가 관계돼 있다는 게 그 이유라 할 만하다.
어쨌든, 북미 게임 업계 전반에 흐르고 있는 여성 캐릭터 기피 현상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