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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싼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10.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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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e메일을 열어보면,‘보도자료’라는 제목의 서신들이 수십개, 많은 날은 100개에 육박한다. 일일히 열어보는 것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한줄 제목의 좁은 메일 공간에서라도 조금 더 튀어보려는 게임사 홍보인들의 노력이 힘겨워 보인다.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이런 게 아니라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애플의 제품 릴리스 방식은 그래서 더 눈에 띄는지도 모른다. 애플은 다른 기업들과는 정반대로 제품을 먼저 공개하고, 이후에 제품의 상세에 대해 말한다. 이 게임의 특징이 어떻고 저떻고 매번 지겨울 정도로 기자들의 메일함을 꽉 채우는 보도자료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보인다.


미국 Pew리서치센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과거 1년간 IT관련 미디어에서 애플의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이 15%에 달했다고 한다. 화제의 메이커 구글도 11.4%에 그쳤고,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3%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나 IT 기자들은 어떤 회사가 어느 시점에 어떠한 게임이나 신제품 발매할 것이라는 기사를 자주 쓰게 된다. 독자들은 기사를 보고, 신제품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 제품의 출시는 연기되거나 때론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회사는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애플의 사전 정보 비공개 원칙은 기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만 사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이 될 때까지 제품의 보도를 자제하는 애플의 방침은 소비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신뢰를 준다. 애플의 제품은 기다린 만큼 만족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거만해 보이는 스티브잡스가 신제품에 대해 요목조목 발표한다는 것은 이미 제품이 완성돼 출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신제품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 보다는, 발표회장에서 공개된 제품을 분석해 보도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전 보도에 인색(?)한 애플이 또 하나 중시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매킨토시나 아이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애플의 제품은 소비자가 지갑을 연 만큼 품위 있는 디자인으로 만족시킨다. 이는 ‘애플 제품 = 고급스러움’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깊게 심는 전략이다.


이미 애플 제품은 소비자의 뇌리 속에 디자인이 고급스럽다고 인식돼 있기 때문에, 사진 기자의 입장에서도 최대한 퀄리티를 살려 촬영하려 힘쓴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은 결국 그들의 신비주의 전략과 맞물려 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남긴다.
 
무분별한 보도자료를 남발해 자사의 제품을 싼티로 포장하는 우리 업계도 애플의 신비주의 보도 전략을 한번쯤 벤치마킹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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