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10.22 10: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세계 3대 게임개발자라 일컬어지는 윌라이트가 자신의 개발자료를 게임박물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윌라이트라고 하면, 누구나 한번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심시티를 비롯한 심시리즈를 완성해낸 저명 개발자이다. 요즘 한창 게이머들을 폐인화시키고 있는 문명5의 시드마이어 조차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 “윌라이트의 게임은 문명 시리즈를 만드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셜게임들의 개방형 콘셉트 또한 심시리즈를 모방한 것들이다.


그런 그가 수십년간 게임을 개발해오며 적어왔던 손 때 묻은 아이디어 노트 9권과 퍼블리셔들에게 제안했던 프리젠테이션 자료들을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증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자료들은 윌라이트에게 있어서는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와 같은 것일 수 있다.
선과 악의 대립만이 게임으로 불리던 시절, 엔딩도 없는 도시 건설이란 아이디어로 게임의 역사를 바꿔놓은 것도 결국 이 노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윌라이트의 이 보물들은 미국 로체스터의 게임박물관인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History of Electronic Games(ICHEG)에 기증돼, 게임 개발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닌텐도는 NES(8비트 패미콤 게임기의 해외판)의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닌텐도 마라톤’이라는 자선 이벤트를 연다. 24시간 동안 총 750종에 달하는 패미콤 게임이 플레이되는 장면이 레트로웨어TV 등의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 전액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자선단체 ‘차일드 플레이’에 기부된다.


팩맨의 아버지 이와타니 토오루는 자신이 쓴 ‘팩맨의 게임학 입문’이라는 책에서 ‘무상봉사 욕구’라는 개념에 관해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인간에게는 사리사욕이 아닌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자원봉사 정신과 같은 욕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타니의 무상봉사 욕구 논리로 윌라이트의 기부와 닌텐도의 자선 행위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은 게임을 개발해 자기 실현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상봉사 욕구 또한 실현시킨 셈이다.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나 관련 회사들의 사회적 참여가 눈에 띄게 많은 것 같다. 윌라이트나 닌텐도가 무상봉사 욕구에 의해 기부나 자선 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사회 고위층 인물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행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업계도 게임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