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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2.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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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부분 화려한 그래픽과 긴장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을 내세우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높은 사양을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들이 늘어남에 따라 하이퀄리티 그래픽에 플레이어들의 눈이 그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게임은 무조건 그래픽이 화려해야 한다는 것일까. 27년 동안이나 게임 개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개발자의 불만 섞인 한마디가 북미의 개발자용 뉴스 사이트 ‘디벨로프’ 에 게재됐다.


"더 이상 그래픽이나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는 과거 ‘데이어스엑스(Deus EX)’, ‘씨프(Thief)’ 등의 PC패키지 게임으로 업계에 새로운 장르의 바람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Wii용 게임 ‘에픽 미키(EpicMickey)’ 로 주목받고 있는 워렌 스펙터 씨다.


최근 게임업계에 팽배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 스펙터 씨는 “개발자들이 아직도 전투 시스템이나 그래픽 렌더링 기술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성을 높이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영역은 전투나 그래픽 이외에도 많이 있다” 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수십년간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온 그가 새롭게 제안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스펙터 씨는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에 의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고,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게임들처럼, 미리 준비돼 있는 뻔한 답변 대신, 전투보다 더 재밌게 인공지능을 가진 캐릭터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채팅을 귀찮아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이 있지만, 버튼이나 마우스를 연속해서 누르는 무의미한 노가다 플레이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인터랙티브를 즐기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무시하고 플레이해왔던 방식에서 탈피해 스토리텔링에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을 스펙터 씨는 제안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화려한 그래픽 연출과 플레이어들을 보다 더 전투에 몰입시키는데 올인하고 있는 요즘 게임 개발자들의 세태를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스펙터 씨의 비판과는 달리, 실제로 히트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그래픽과 전투에 중점을 둔 것들이 많다. 게임 개발자와 플레이어들 중에도 이에 대해 동의하는 편과 반대하는 쪽이 지금까지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전히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북미의 블로그 미디어 ‘디스트럭토이드’ 는 현재의 그래픽과 전투 중심의 기류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개발자들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 절반의 책임은 언제나 화려한 그래픽과 흥미로운 전투의 재미만을 추구하는 소비자(플레이어)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국 스펙터 씨가 추구하는 스토리텔링형 게임 트렌드의 개척은 개발자 쪽이 아니고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취향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게임 개발자는 북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을 것 같다. 그들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딜레마에 빠져 고심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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