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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우치와 김택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2.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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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의 경제는 버블 시대를 맞았다. 세계 넘버원 경제 대국이라 치켜세워지며, 호황을 맞은 일본은 돈을 쓸 곳이 없어 고민될 정도였다고 한다. 1987년 야스다화재해상은 고호의 명작 '해바라기'를 58억엔에 사버렸다.


그로부터 2년 후엔 미쓰비시가 뉴욕에 있는 '록펠러센터'를 2,200억엔을 들여 매수했다. 한마디로 엔화가 전세계 구석구석 뿌려졌다.유명 미술품, 건축물 등도 그 역사적 가치와는 별개로 재팬머니앞에 무릎꿇었다. 돈으로 무엇이든 사모으는 일본에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1991년 경영 위기에 흔들리는 미국 프로야구 구단이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매리너스는 미국 북서부에 둥지를 튼 유일한 구단이었지만, 운영에 심각한 위기에 맞게 된다. 당시 오너는 남동부 마이애미에 있는 투자조합에 구단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고튼 상원의원은 시애틀에 본사를 둔 닌텐도 미국법인에 구단을 사줄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은 시애틀의 투자가 그룹과 '시애틀 베이스볼 클럽'을 결성하고 그 대주주가 되어, 매리너스를 인수한다. 야마우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닌텐도 주식 15만주를 팔아 1억 달러를 마련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엄밀히 따지면 시애틀 매리너스를 인수한 것은 닌텐도가 아니고, 야마우치 회장 개인인 것이다. 영리 추구 기업인 닌텐도가 경제적으로 아무런 담보도 되지 않는 미국의 프로야구단을 인수한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야마우치 회장은 어떠한 댓가도 없이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을 인수한 것이다. 투자가라기 보다는 일종의 독지가라는 표현이 맞을 법했다.


야마우치 회장이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을 인수하기까지는 험난한 고비가 많았다고 한다. 일본의 한 노인이 미국 프로야구 구단의 소유권을 가진다고 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미국의 야구계, 각 구단의 대표자 회의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야마우치 회장이 어마어마한 자산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쓰러져가는 미국의 야구단을 살리기 위해, 큰 돈을 쾌척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생명처럼 이끌어 온 닌텐도의 오랜 모토였던 '게임인구의 확대'를 위해 당장에는 수익이 되진 않지만, 다가올 미래를 위한 투자였을 지도 모른다.


얼마전 제 9구단 창단에 한발짝 다가선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도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야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프로구단을 만들려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야마우치 회장과 마찬가지로 게임업계의 리더로써 더 나은 산업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게임업계를 위한 큰 행보를 보여준 김택진 대표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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