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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뉴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3.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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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공중파 뉴스에서 웃지 못할 실험 보도가 있었다. PC방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갑자기 전원을 내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보는 황당한 실험이었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날뛰자, 이는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증거라며 공중파 뉴스답지 않은 바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공정한 사건과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공중파 뉴스의 보도치고는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얼마 전 북미에선 이 보다 더 황당한 보도로 게이머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센세이셔널한보도로 유명한 폭스뉴스는 폭력 묘사가 강한 게임이 성폭력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밝혀,현지 업계에 미움을 사고 있다.


EA가 발매한 액션 슈팅게임 ‘블렛스톰’에는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적을 쓰러뜨리면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스킬샷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 원래 스킬샷이란 성적인 의미를 가진 은어로, 과격한 폭력묘사를 코믹하게 표현한 단어이지만, 폭스뉴스는 이를 폭력과 성(性)을결부시키는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 게임은 17세 이상만 플레이할 수 있는 M등급인데도, 9세의 어린이가 플레이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심리학자의 분석 코멘트를 달았다. “어린이가 블렛스톰의 과격한 어투와 폭력을 체험하게 되면, 그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언급하고, 레이프(강간)범죄가 늘고 있는 주된 원인은 게임의 성적인 폭행 장면을 플레이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게임 내에 이와 같은 폭행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느 곳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미의 한 게임미디어는 폭스뉴스에 대한 반론으로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1990년 이후 레이프 범죄는 감소 추세라고 반박했다.


블렛스톰을 유통한 EA도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우리들은 성인을 위한 가상의 스토리에근거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권리를 지지한다. 예를 들면, 영화 킬빌이나 신시티와 같이 블렛스톰도 성인 대상의 크리에이티브한 엔터테인먼트인 것일뿐”이라고 다소 우회적으로 폭스뉴스의 보도를 비난했다.


특히 게이머들이 문제의 발언을 한 심리학자에게 비난의 메일 등을 보내자, 주인공인 캐롤리버먼 씨는 당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발언이 폭스뉴스에 의해 매우 선동적으로 악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녀는 폭스뉴스로부터 코멘트를 요청받았을 때까지도 블렛스톰이라는 게임을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자신은 20년 동안 연구를 통해서 미디어 특히 비디오게임의 폭력묘사가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게임이 레이프 범죄를 유발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PC방에서의 황당한 실험을 한 공중파 방송이나 심리학자의 발언을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끼워 맞춘 폭스뉴스나 한심하기 그지 없다. 굳이 게임을 폄하해가면서까지 그토록 시청률만을 올리고 싶었던 것일까.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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