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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3.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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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터치세대를 위한 스마트폰에도 슈퍼마리오급 게임이 있다. 핀란드의 무명 개발사 로비오모바일에서 불과 12명의 개발진이 만들어낸 ‘앵그리 버드’가 바로 그것이다. 재작년 말, 99센트(약 1,100원)라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앱스토어에 등장한 앵그리 버드는 돼지들이 세운 건물을 새총에 몸을 맡긴 화가난 새들로 쳐부수는 게임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설정이긴 하지만, 각도와 세기를 조절해서 발사하는 방식은 포트리스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어찌보면 뻔한 방식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릴리스 초기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전세계 70개국에서 5천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수십주 동안 1위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고공비행중이다. 그 인기의 비결은 뭘까.


얼마전 끝난 GDC 2011에서 로비오모바일의 CEO인 피터 베스터바커가 앵그리 버드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과거 닌텐도의 고위급 임원이 99센트라는 낮은 가격으로 게임을 발매하면, 이는 소비자들에게 1회용이라는 인식을 줘 산업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전제한 후, “소비자들에게 99센트라는 가격에 익숙해지게 해야 하며, 앵그리버드는 제품이 아니고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앵그리버드의 빈번한 업데이트다. 이 게임은 거의 2주에 한번씩 에피소드 레벨의 추가 팩을 업데이트하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수정해가며 재미를 늘렸다. 결국 하나의 게임 타이틀처럼 보이지만, 온라인게임과 같은 서비스 모델을 지향해온 셈이다.


피터 CEO는 앵그리버드가 서비스 게임을 지향해온 점을 증명하는 두가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마이티이글의 존재가 그 첫번째 에피소드다. 도무지 미션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을 때, 발동시키는 서포터의 역할을 하는 이 독수리는 어떤 건물도 반드시 부숴주는 고마운 캐릭터다.


이 독수리 한마리는 99센트로 앵그리버드 본 게임과 같은 가격이지만, 미션을 클리어하지못해 며칠동안 쩔쩔 매느니 단 돈 99센트로 해결하자는 사용자들의 구매욕구에 부합됐다.결국 앵그리버드 사용자의 40%가 넘는 사람들이 마이티이글을 구입했다고 한다. 다른 스마트폰용 게임에서 부분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앵그리버드의 광팬이라 자처하는 5살짜리 게이머가 보내온 그림에 관한 내용이다. 개발사인 로비오모바일은 이 소년이 보내온 그림을 기초로 새로운 레벨을 만들어냈고, 이를 업데이트에 추가했다. 피터 CEO는 이 소년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어린 레벨 디자이너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용자와 호흡하는 이러한 서비스 정신 때문에 앵그리버드는 장수 게임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앵그리버드는 강자들이 범람하는 게임 세상에서 독창적인 행보로 차근차근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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