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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와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3.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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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사는 전쟁터의 병사에게 스트레스를 풀어줄 탈출구는 무엇일까. 짧은 수면 중에도 악몽을 꾸는 그들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습은 전쟁영화 등을 통해 누구나 공감한 적이 있을 법하다. 우리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실제로 해외 병사들은 분쟁이나 교전 지역이 벌어지는 곳에 파병돼, 전우의 죽음을 눈 앞에서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그랜트머큐원 대학의 심리학자 제인가켄바흐 교수는 최근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치열한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등의 FPS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병사는 꿈을 꿔도, 극도의 긴장감이나 공격성을 보이는 확률이 낮다는 게 교수의 주장이다.


가켄바흐 교수의 연구 조사는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PTSD)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98명의 병사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 중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구분해 조사가 진행됐다.


게임을 자주하는 그룹은 매일 혹은 주당 몇번씩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레드데드 리뎀션 등과 같이 플레이에 쉽게 몰입되는 자극적인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게임을 자주 즐기지 않는 그룹은 한 해에 몇번이나 즐길까 말까하는 정도였고, 자극적인 게임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주 게임을 즐기는 그룹은 전쟁과 관련된 악몽을 꾸더라도 그다지 심각한 내용이 아니고,꿈 속의 위협 상황으로부터도 본인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지 않는 그룹은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의 살인과 살해 위협을 당하는 내용의 꿈을 자주 꾸고 있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결말을 보인 적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대해서 가켄바흐 교수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내용을 담은 게임은 병사들로 하여금, 앞으로 닥칠 위협을 사전에 모의체험하는 시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게임을 통해서 불안감을 조금은 안정시킬 수 있고, 꿈 속의 위험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가켄바흐 교수는 위험 지역에서 근무하는 어느 병사에게서 받은 편지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그 사병은 편지를 통해 “전쟁터에서는 많은 병사들이 PSP 등의 휴대 게임기를 가지고 있고, 전투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다소 과격한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의 위험과 공포에 노출돼 있는 병사들이 왜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류의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그러나 가켄바흐 교수는 이 부분을 “병사들에게 있어서 과격한 게임의 플레이는 일종의 힐링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병사들에게 게임을 항상 플레이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한창 떠들썩한 우리 사회에서 눈여겨봐야 할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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