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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빼가기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4.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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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유비아이소프트의 개발 거점인 유비아이몬트리올 소속의 개발 총괄 프로듀서 ‘패트리스 데실레트’가 돌연 회사에 사표를 내던졌다. 유비아이몬트리올이 설립된 1997년에 입사한 그는 게임 디자이너로써 ‘스프린터셀’ 시리즈와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개발에 큰 영향을 준 베테랑 개발자. 유비아이소프트의 독보적인 캐릭터 애니메이션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어새신 크리드’를 히트시킨 인물로 더욱 유명하다.


패트리스는 유비아이소프트 사내에서 분류한 5단계의 등급 중 상위 4%에 해당하는 최고급 인재였다. 입사 초기 그의 연봉은 2,7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성공작을 잇달아 낸 결과, 지난해 그의 연봉은 기본급 1억 6천만원에 어새신크리드의 성공 보너스를 합해 6억 4천만원에 달했다.


그의 손끝에서 유비아이소프트의 매출이 좌우될 정도였으니, 패트리스의 사직 발표는 회사를 발칵뒤집고도 남을 사건이었다. 유비아이소프트의 입스 길레모 사장은 그에게 울며불며 매달렸을 게 뻔하다. 그러나 그는 유비아이를 떠났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 THQ몬트리올의 설립이 발표됐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패트리스 데실리트가 그곳에 합류한다는 뉴스였다. 입스 길레모 사장의 혈압이 치솟은 건 그 이후부터 벌어진 일 때문이다.


패트리스와 같은 5단계 등급의 아트디렉터 ‘알렉스 드로윈’, 4단계의 프로덕션 매니저 ‘마크 베스너’, 같은 레벨의 프로듀서 ‘장 프란코이스보이빈’ 등의 핵심 인력들이 차례로 THQ몬트리올로 배를 옮겨타 버렸다. 이들 3인은 패트리스와는 콩 한쪽도 나눠먹을 만큼 남다른 사이였기 때문에, 유비아이 측은 그들의 사직이 패트리스와 관련됐을 것이라 의심했다. 그러나 특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즈음, THQ의 한 임원이 북미 게임매체와의 인터뷰 도중,“패트리스가 지명한 3인의 개발자를 그의 도움으로 원만하게 데려올 수 있었다”고 결정적 증거가 될 말을 무심코 발설하고 말았다. 확실한 물증을 잡은 유비아이소프트는 패트리스를 비롯해 4명의 직원을 빼간 THQ를 상대로 몬트리올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캐나다의 뉴스 사이트 ‘휘 프홍뜨낙’의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유비아이소프트의 손을 들어주고, THQ와 패트리스에게 “더 이상 유비아이소프트의 인재들을 꾀어서 데려가지 말라”고 판결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이렇듯 게임 개발 인재 빼가기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고 한다. 과거 몬트리올에는 몇개의 중소 개발사만이 있었지만, 퀘벡주정부의 지원을 받은 유비아이소프트가 1997년 진출한 이래, EA나 액티비전, 에이도스 등 거물급 퍼블리셔들이 하나둘 이곳에 개발 둥지를 틀었다.


그 결과, 이 지역에는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력파 개발자들이 8,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몬트리올의 풍부해진 인력풀은 인재를 갈망하던 많은 기업들의 매력적인 사냥터가 된 셈이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쪽이 있는가하면, 이와는 정반대되는 사건이 10여년 전에 있었다. 당시 퀘이크의 본산지 ‘이드소프트’의 경영을 둘러싸고, 이 회사의 두 거물 ‘존카멕’과 ‘존로메로’는 한마디로 대판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존로메로는 뿌드득 이를 갈며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이드소프트와 같은 텍사스주 달라스에 이온스톰을 설립했다. 보통 사람같으면, 이드소프트의 동료들을 데려올만도 했지만, 그는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타업종의 인재나 신입 사원들을 주로 뽑았다. 어찌보면 쉽게 갈 수도 있었던 길을 마다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킨 존로메로가 훌륭하게 느껴지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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