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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과 게임 치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5.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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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맘때쯤 일이었을 거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업계인 한사람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탓일 거란 이야기를 듣고는 한동안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회복이 빨라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딘가 불편해진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얼마 전 그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쓰러지기 전과 변한 것 없이 말짱했다.


그는 자신이 재활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이 ‘게임’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게임 업계인이었으니,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거동이 불편했을 때, 매일 닌텐도 Wii 같은 게임을 하면서 운동신경이 돌아왔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우연히도 얼마 전, 그의 말에 100% 공감이 가는 뉴스가 들려왔다. 뇌졸중을 일으킨 환자의 재활 훈련에 가상현실 방식의 게임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성미카엘 병원이 최근 발표했다.


과학 전문 정보 사이트 ‘사이언스픽션닷컴’에 따르면 이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뇌졸중 연구 권위자로 유명한 ‘구스타포 서포즈닉’ 박사이다. 가상현실 방식의 게임은 뇌졸중을 일으킨 사람의 팔의 완력 등 운동 기능을 회복하는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런 방식의 게임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즐겁고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스타포 박사 연구팀은 비교적 가벼운 뇌졸중을 체험한 26세부터 88세의 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아이토이, 닌텐도 위(Wii) 같은 게임기나 가상 현실 시스템을 이용해 46주일간 2,030시간의 치료를 받았다.


게임 치료를 받은 결과 운동 능력은 평균 14.7%나 높아졌으며, 운동 기능은 평균 20%나 향상됐다. 병원에서 일반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비해서는 게임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운동 능력이 5배 가까이 높았다. 뇌졸중을 일으킨 사람 중 55%~75%는 이후에도 운동 기능의 장해로 고통을 받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의 통상적인 치료는 효과가 낮을 뿐더러 실제로 호전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고 한다.


연구팀은 “게임 치료는 내용적으로도 매우 보람이 있었으며, 여러번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 게임 내에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구스타포 박사는 그 외에도 게임 치료 방식은 시각이나 청각 등 여러 감각 기관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점이나 스피드 등의 옵션 조절에 따라 폭넓은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게임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놀이를 넘어, 인간의 생명 연장에도 기여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게임을 마녀 취급하며 셧다운제 강행을 소리 높여 부르짖던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세월이 흘러, 의사로부터 게임 치료를 권유 받았을 때, 예! 라고 당당하게 답하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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