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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5.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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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이끌어왔던 ‘오사마 빈라덴’이 그의 은신처에 잠입한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의해 사살됐다. 최초 알려진 것과 다르게,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의혹이 숨겨져 있는 듯하지만, 덩달아 빈라덴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인터넷 상에서 집중 주목 받았다.


특히 9.11 테러로 빈라덴에게 감정이 좋을 리 없는 미국인들이 그와 관련된 게임들을 많이 즐겼던 것 같다. 플래시게임으로 유명한 북미 사이트인 뉴그라운드에서는 ‘무자헤딘’이라는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구설수에 올랐다.


플레이어는 빈라덴에게 특별히 지목된 자폭 테러범이 되서 미군의 중요 기지를 공격한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알라신을 찬양하는 듯한 액션도 가능하지만, 그런 행동을 취하는 도중에 미군의 공격을 받아 죽기도 한다. 미군 기지를 함락시키면 빈라덴에게 칭찬을 받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상패를 받기도 한다.


빈라덴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이 이런 내용의 게임을 즐긴다는 게 상식적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즐기는 것은 더욱 아닐 듯하다. 이 게임은 말하자면, 풍자적인 게임인 셈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자폭 테러를 하다가 장렬히 전사하면, 어여쁜 아가씨들과 살 수 있는 사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게임은 이를 비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무자헤딘이란 게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의 죽음을 발표한 지 불과 6시간만에 수천번 넘게 인터넷 상에서 플레이됐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빈라덴의 죽음과는 전혀 연관성 없는 작품인 듯하다.


이 게임을 만든 1인 개발자 롭스터 씨는 “몇주일동안 밤 새워가며 이 게임을 어렵사리 만들었는데, 중심이 되는 캐릭터인 빈라덴이 죽었단 말인가. 미국 정부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말 감사한다. 내 노력을 이렇게 헛되게 해줘서…”라고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블로그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 게임에 대한 네티즌들의 각양각색의 반응 또한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느 플레이어는 이 게임은 무자헤딘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투고했다. 무자헤딘은 원래의 뜻과는 달리 빈라덴 때문에 우리들에게 테러리스트를 칭하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자헤딘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병사를 의미하는 것이고, 테러리스트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한 네티즌은 거들고 있다. 빈라덴이 과거에 자신도 무자헤딘이라고 말한 것을 이 게임 제작자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게임의 엉성한 설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빈라덴이 서방 세계와 대립했던 것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순수한 증오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도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셧다운제의 나라’ 한국의 풍토에서는 풍자가 담긴 자유로운 게임 개발과 토론이 한낱 찌질한 말장난 놀이로 취급 당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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