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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미피케이션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6.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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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배우 현빈의 해병대 입대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연평도 포격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터라 그의 입대 선언은 많은 젊은 청년들에게 애국심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해병대 생활의 로망을 품게 만들었다. 빡빡하고 고된 곳이란 그간의 이미지를 현빈의 입대로 한방에 날린 셈이다.


약 10년 전쯤 미국에선 신병 모집을 위해 온라인게임이 활용됐다. 2002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공개된 ‘아메리카 아미(America's Army)’ 일명 AA온라인이 그것이다. 언리얼엔진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FPS 게임으로, 개발 비용을 미국 육군이 부담했고, 신병 모집이라는 개발 목적도 분명했다.

단발성 타이틀이 아니고, 꾸준히 업데이트도 되어 현재까지 1천만명 넘는 유저를 확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약 10년동안 300억회가 넘는 멀티플레이 대전이 벌어져, 무료 온라인FPS 게임 중 가장 자주 플레이된 작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을 정도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AA온라인의 공개에 따라 미국의 16세에서 24세까지 남성층의 약 30%가 미국 육군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단순히 신병 모집뿐 아니라 육군의 이미지 상승에도 크게 공헌한 셈이다. 이는 현빈의 해병대 입대 효과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이번엔 미국 해군이 게임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직은 우리에게도 생소한 MMOWGLI라는 장르라고 한다. 이는 Massive Multiplayer Online War Game Leveraging the Internet의 약어로 직역하면,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MMO형 전쟁 게임’이 된다.


이 게임은 소말리아나 인도네시아 주변 해역에서 출몰하는 해적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미 2009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고 한다. 지난 5월 16일부터 테스터 모집이 개시됐고, 선정된 1,000명의 참가자들은 해적 진영과 이에 대항하는 태스크포스팀이 되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게임은 AA온라인 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닌 듯하다. 예를 들면, 특정한 지역에서 해적 행위가 빈발하고, 국제 자원봉사자들이 납치됐다든가 미국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어 국제 여론이 매우 비판적이라는 내용의 과제가 주어지면, 플레이어는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야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의견에 대해 투표하고, 다수결에 의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의 텍스트 기반 게임이라고 한다.


정부의 군대 이외에 테러 조직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북미의 정치 전문 미디어 포린폴리시의 보도에 따르면, 테러 조직과 관련된 단체들이 운영하는 채팅 사이트에서 테러리스트의 모집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회원이 돼, 많은 대화에 참가하거나 다른 회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유저에 대해 포인트를 주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사이트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저는 포럼 내에서 지위가 상승하고 사적인 대화방에 빈번하게 초대받고, 결국 테러리스트로의 권유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채팅은 게임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포인트 제도의 도입 등은 매우 게임적인 발상인 것이다. 당초 게임과는 무관한 것을 게임화하고 즐기면서, 누군가에게 학습시키거나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행위를 영어로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게미피케이션이 활용되고 있어, 게임의 사회적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셧다운제를 강행하는 우리 사회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라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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