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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범죄를 막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6.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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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카나가와현의 마쯔자와시게후미 지사는 “수도권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GTA 같은 게임이 청소년을 범죄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폭력게임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국에서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청소년 성범죄가 10만명 기준, 기존의 7.3명에서 14.5명으로 2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하에 여러가지 규제 장치를 마련했지만 오히려 그 상태는 더욱 심각해진 셈이다. 마쯔자와 지사의 말은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 마냥 근거 없는 궤변일 뿐이다.


누구도 명확한 개연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게임과 범죄에 관한 의미있는 가설이 영국의 BBC에 의해 최근 보도됐다. BBC에 따르면, 과거 20년간 미국의 범죄율은 감소 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감소의 원인 중 하나가 게임의 영향이라는 주장이다.


FBI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살인, 절도 등의 범죄 발생율은 1991년부터 1998년에 걸쳐서 동반 감소하고 있으며, 1999년을 전후해서는 경기 불황을 인해 실업률이 높아졌음에도 급격하게 범죄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BBC는 FBI의 발표를 토대로 미국에서 범죄 발생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총 10개 항목을 선정했고, 그 중 9번째로 게임이 꼽혔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연구센터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조사 끝에, 젊은이들이 집에서 게임을 플레이함에 따라, 외출의 빈도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되는 일이 현저히 적어지게 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진행해온 유럽경제연구센터의 관계자도 “이런 효과는 게임이 폭력 행위를 유발한다는 세간의 근거 없는 주장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미있는 내용”이라 언급했다. 미국 사회의 범죄율 감소는 아마도 매우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콕 집어서 어떤 것이 결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범죄를 유발하는 못된 놀이라 치부돼오던 게임이 범죄 증가의 요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오히려 범죄율을 낮추는데 게임이라는 문화가 일조하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BBC가 범죄율 감소의 요인으로 뽑은 1위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이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흑인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만드는 플러스적 영향이 가장 높았다는 평가다. 두번째로 크랙(CRACK)의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범죄율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코카인 분말에 탈취제와 물을 섞어 열을 가해 만드는 고형물인 크랙은 다른 마약에 비해 가격이 워낙 싼 까닭에 미국의 청소년들과 도시 빈민들이 애용했다.


게임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휴대폰 카메라의 증가라는 항목이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범죄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여서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어찌됐든, 미국 사회의 범죄율 감소에 일조한 ‘게임’은 한국에선 셧다운제라는 굴레가 씌워져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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