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희생양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8.12 10:3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의 테러범 ‘베링 브레이빅’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콜 오브 듀티 등을 즐겨왔다는 이유로 게임은 또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마치 게임이 원흉처럼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이 하도 빈번하니 이젠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저 허탈한 웃음이 나올 뿐이다.


얼마전 텍사스A&M 대학의 임상 심리연구가 크리스토퍼 퍼거슨 씨는 극악무도한 사건과 게임의 연관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게임을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인종차별”이라 주장하고 있다.


퍼거슨 씨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사건때마다 게임이 결정적 원인처럼 거론되는 현상이 매우 안타깝다. 그 밑바닥에는 인종 차별의 마인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이너리티 인종이 많은 도심에서 이런 발포 사건이 일어나면, 게임이 연관돼 있다고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인들이 많이 사는 교외의 학교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게임을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인종 차별과 무지가 뒤섞여 있다”


퍼거슨 씨는 이와 같은 범죄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를 막을 방법도 현재로써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범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계층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치적 이유로 언제나 게임을 규탄하고 있는 미국의 단체들도 이번 노르웨이 참사에 관해서는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 때와는 달리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다고 포브스의 기자는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사건이 일어난 곳이 미국이 아니라는 점과 피해자 중에 미국인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테러범이 FPS 콜 오브 듀티를 즐겼다는 말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듯한 1인칭 슈팅게임의 아버지 존카멕 씨도 최근 인더스트리게이머즈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폭력 게임은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오히려 자제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존카멕 씨는 “오늘날 게임은 사람들의 여가 문화가 될 정도로 대중화됐다. 나는 게임에서의 폭력적 묘사가 이런 총기 사건에 영향을 준다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CNN같은 방송에 자극적인 내용을 제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게임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적인 게임은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오히려 자제시키는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는 연구 사례를 언급하며, “전세계 FPS팬들이 모이는 퀘이크콘(QuakeCon) 축제는 난장판이 되는 게 맞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나 여기에 모인 팬들이 매우 평온하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국내 모 경제 주간지에 실린 어처구니 없는 칼럼이 게임을 즐기는 많은 이들과 업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게임을 마약과 망국의 유희로 표현하며, 수출 효자 상품으로 칭찬은 못할 망정, 건전하지 못한 돈벌이 산업이라고 근거없는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 씨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한국엔 아직도 산업 차별과 무지가 뒤섞여 있다”고 말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