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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을 깎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8.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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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게임기업 닌텐도 사장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현 사장인 이와타 사토루의 지난해 연봉은 1억 8,700만엔, 우리돈으로 26억원이 조금 넘는다. 얼마 전 그의 연봉이 절반으로 삭감됐다. 이와타 사장 말고도 1억엔 이상 연봉을 받던 이사진들도 30%나 깎였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연봉은 깎인 게 아니고, 본인들 스스로 자진해서 반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닌텐도는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결산 발표에 따르면, 닌텐도는 377억엔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다가 닌텐도 3DS의 가격도 내릴 만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오랫동안 굳건한 아성이었던 휴대 게임기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 너무 거셌다. 언제나 콘솔 게임의 한 가운데 서 있던 닌텐도의 휴대형 게임 트렌드가 스마트폰 쪽으로 중심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닌텐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속 성장을 하는 기업이 있다. 모바게타운으로 성큼성큼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디엔에이(DeNA)’가 바로 그곳이다. 올해 1분기 결산에서 디엔에이의 매출 규모는 닌텐도의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4분기 순이익으로 보면, 255억엔의 적자를 낸 닌텐도를 크게 따돌리며, 94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디엔에이가 바라 보는 게임 시장은 닌텐도의 그것과는 다르다. 스마트폰을 기본 축으로 코어게임부터 라이트 게임 유저 모두를 아우른다. 때문에, 디엔에이가 생각하는 라이트 유저는 콘솔 게임 시장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계층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일상생활을 위해 피처폰이나 스마트폰은 필요로 한다. 그런비 게임 유저층을 우선 흡수하고, 조금씩 그레이드 높은 게임을 제공해 나간다. 거기에 기존의 콘솔 게임 시장에서 놀고 있던 코어 게임 유저까지도 받아들인다. 결국 라이트 유저부터 코어 유저층 전부를 포괄하는 무서운 전략이다.


지금까지 닌텐도가 주목해 왔던 라이트 유저는 어디까지나 콘솔 게임 시장 내에서의 라이트였지만, 디엔에이의 노림수는 그 보다 더 라이트한 계층인 셈이다. 사실 일본에선 아무리 라이트한 게임 유저라고 해도,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하고, 게임 소프트웨어에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위해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그저 심심풀이 땅콩처럼 무료 게임을 다운받아 즐기면, 사용자 입장에선 전혀 부담이 될 게 없다.


닌텐도의 위기는 콘솔 시장 밖에 존재해왔던 라이트 유저들의 대륙 이동을 미처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게임의 전쟁은 게임기 위에서 이뤄진다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오랜 상식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게임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닌텐도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업계도 이런 급격한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닌텐도의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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