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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9.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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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영화 같은 게임 ‘L.A. 느와르’. 올해 초 PS3, Xbox360 등으로 발매돼 이미 400만개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록스타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있지만, 실제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호주의 팀 본디(Team Bondi)라는 회사다.


보통이라면, 돈방석에 올라야 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외신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가 도산 위기에 빠져있다고 한다. 사상 최고의 개발비를 들였다는 대작 ‘L.A. 느와르’의 개발회사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호주에 본거지를 둔 팀 본디는 오세아니아 대륙서 만들어진 게임으로는 최대 규모의 개발비와 100명이 넘는 개발진을 7년간 투여해 L.A.느와르를 개발했다. 영국의 게임전문지 디벨로프는 최근, 팀 본디가 경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I·P(지적재산권)를 시드니에 있는 한 미디어 그룹에 매각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작 게임을 만들어낸 개발사가 갑자기 도산 위기라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미 6월부터 팀 본디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개발 도중 정리해고 당한 한 개발자가 “게임의 스탭롤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며 울분에 찬 글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을 의아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탭롤의 개념이 아직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지만, 서구의 개발자들에게 있어서 이는 자신의 이력이 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데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설사 개발 도중 그만둔 스탭이라해도 이름이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관례인 셈이다.


이어서 북미의 유명 게임웹진 IGN의 뉴스가 터졌다. 이 회사를 그만둔 개발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L.A. 느와르는 왜 7년이나 개발했나’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게임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와의 계약에 의해 플레이스테이션3가 발매되기 3년 전인 2003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고 한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게임 하드웨어용 소프트를 만들고 있었으니, 문제가 많았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기획 콘셉트에 맞춘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있었지만, 이 때문에 점점 개발비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SCE는 팀 본디와의 계약을 중도 캔슬하기에 이른다.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임원들과 개발자들간의 의사 소통이었다. 위에서는 빠듯한 스케줄을 개발자들에게 강요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직원들은 하나 둘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개발팀원들이 수시로 바뀌었고, 전임자의 업무를 이어받는 데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허비됐다.


그간 이 회사를 거쳐간 프로그래머 45명 중 11명은 해고됐으며 34명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IGN이 퇴직한 한 직원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는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이 60시간에 달했고, 게임 발매가 임박한 2010년에는 주당 110시간이라는 가혹한 노동 환경이 지적됐다.


어느 날은 새벽 3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아침 15분쯤 지각했다는 이유로 “당신은 회사와의 고용 계약을 어기고 있다”는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제는 이에 따른 근무 시간 외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던 데에 있는 듯하다. 시드니 노동국과 현지 업계 단체인 IGDA(Independent Game Developers Association)가 현재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L.A. 느와르가 높은 게임성으로 호평받을 수 있었던 건 개발 노하우가 탄탄한 퍼블리셔인 록스타게임즈의 개발 서포트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우리 업계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한 게 사실이다. 어느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를 업계 CEO들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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