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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전위 현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9.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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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주 거론돼 왔지만, 거기에 부모와의 관련성까지 제기된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자주 듣고 이를 짜증스러워하는 어린이는 게임에 몰입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폴리틱스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시간주에 있는 20개 중학교에 다니는 5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부모의 행동을 아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수록, 또 부모의 감시가 적을수록 아이는 게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게임과 어린이, 그리고 학부모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다음 스텝은 어린이들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조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게임을 하는 아이는 부모의 간섭을 번거롭게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 결과에 따라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학부모들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조사처럼 부모의 행동과 아이의 게임 습관이 연관된 연구는 지금까지는 보기 드문 매우 신선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사고방식이나 동작에 영향을 받는다는 또 하나의 놀라운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노팅엄 트렌드 대학과 스웨덴의 스톡홀름 대학의 연구팀이 15세~21세의 게이머 42명을 대상으로 밀착 조사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게이머 중에는 현실 세계에 게임의 체험을 끌어와버리는 계층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기묘한 현상을 ‘게임전위 현상(GTP)’이라 부르고 있다.


극단적인 예가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 친구를 찾을 때, 서치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두 친구가 말다툼하고 있을 때, 그들의 머리 위에 체력 게이지 바가 보인다. 콘트롤러가 없는데도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는 등 현실 생활을 게임의 한 장면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마크 그리피스 교수는 “게임 전위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의 시도이며, 초기 단계의 이런 발견들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 대상이 된 게이머의 거의 95%가 게임전위 현상을 체험했다고 토로하고 있고, 개인마다 그 타입이나 강도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단위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대해 영국의 ‘더 메트로’ 신문은 “게이머들이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라며 게임의 중독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업계를 씁쓸하게 했다. 보다 실증적인 게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 미디어의 왜곡된 보도는 계속될 지도 모른다. 우리 업계도 입으로만 게임의 순기능을 외칠 게 아니고, 이를 뒷받침할 깊이 있는 연구 활동에 더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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