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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사건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10.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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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국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아일랜드의 무장 조직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 공화국 군대)가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순간이라고 공개한 영상이 실제로는 게임의 동영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영국의 I-TV에서 방송된 이 보도 영상은 리비아에서 쫓겨난 카다피가 IRA와 연루됐다는 내용을 전한 것. “카다피가 IRA에 제공한 무기에 의해 헬리콥터가 격추됐다”는 한 관계자의 인터뷰 장면에 관련 영상으로 삽입됐다. 이와 함께 IRA가 가지고 있던 1988년의 영상이라는 자막도 그럴 듯하게 붙여진 듯하다.


그러나 한 게이머의 의해 진실이 폭로됐다. 평소 PC용 밀리터리FPS 게임인 ‘ArmA2’를 즐겨하던 청년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이 게임을 개발한 보헤미아 인터랙티브스튜디오의 공식 게시판에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순식간에 큰 소동이 일어났고 I-TV의 경쟁 미디어들이 한 목소리로 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자 사건은 더욱 크게 비화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I-TV는 온라인 상의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삭제하면서 의심은 더욱 더 증폭됐다. 시청자들은 게임 동영상을 실제 영상처럼 소개한 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그렇지 않으면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의 마렉스파넬 사장도 “우리는 I-TV로부터 게임 동영상을 사용하겠다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식으로 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방송사는 프로그램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지만, 영상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실제 영상이 아닌 게임 영상이 사용됐다고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영국 육군 소속 헬리콥터가 1988년에 격추되는 실제 영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누군가가 유튜브에 그럴 듯한 타이틀을 붙여 올린 ‘낚시 영상’에 방송사가 넘어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이 사건으로 I-TV는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제대로 먹칠을 한 셈이다.


영국에서의 소동에 이어 캐나다에서도 게임과 관련된 소동이 최근 화제가 됐다. 게임바이오하자드의 5번째 시리즈 영화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토론토에 있는 세트장에서 차량을 개조한 대형 촬영 장비가 이동중에 전복되면서 좀비 분장을 한 엑스트라와 스탭들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황당한 것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응급 의료진들이 피에 물든 옷을 입고 선혈이 낭자한 좀비 분장을 한 엑스트라들과 진짜 부상자들을 골라내는 데 매우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 : 레트리뷰션’이라는 타이틀로 내년 9월 미국에서 개봉될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밀라 요보비치는 다행스럽게도 사고 현장에는 없었다고 한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일어난 두 소동은 결국 게임이 너무나도 리얼함을 추구하다보니 생겨난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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