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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를 걷어찬 TV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11.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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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출간된 스티브잡스의 공식 전기(傳記)에는 게임업계를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타임지의 전 편집장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이 책에는 생전에 그와 나눴던 심도 깊은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들이 많다.


잡스는 생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TV 시스템을 구상했다고 한다.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iOS디바이스를 탑재한 모든 기기와 연동되고 기존의 버튼 투성이의 리모콘을 간소화한 구조인 듯하다. 스티브잡스는 이 시스템의 구체적인 인터페이스까지도 전부 머리 속에 넣고 고민했던 모양이다.


애플이 2013년에 차세대TV를 발표하고, 2014년부터 시판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북미 미디어들로부터 여러차례 보도된 바도 있어, 잡스의 구상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는 닌텐도의 절대 아성이었던 휴대형 게임기를 위협해온 것이 사실이다.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잡스가 구상한 TV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온라이브’나 ‘가이카이’ 같은 게임온디멘드 시스템이 탑재되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내장된다면, 누구나 손쉽게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TV가 등장한다면, 게임은 끝난다.


아이팟이 휴대형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라는 제품의 벽을 뛰어넘어 음악 산업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잡스가 구상한 차세대TV는 방송이나 영화산업뿐 아니라, 게임 산업에도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삼성이나 소니, 파나소닉 등은 이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TV를 시판하며,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상태다. 다만 현 상황은 TV리모콘으로 조작하는 단순한 형태의 게임들이 대부분이라, 게이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인터넷 접속형 TV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콘텐츠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플레이잼(PlayJam)이라는 회사는 부분유료화 방식의 소셜게임 등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데다가 결제 시스템도 완비하게 준비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500여종의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해 지금까지 6억회의 다운로드 실적을 갖고 있다. 게임스탑이나 어도비를 비롯해 삼성전자까지도 이 회사에 앞다퉈 투자를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무료로 플레이하던 게이머들의 결제비율이 페이스북 등의 소셜게임이 5% 전후인데 반해, 플레이잼 이용자는 40%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장래성이 엿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지금까지 게임기가 연극의 주인공이었다면, TV는 조연에 불과했다. TV가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써 시장에 등장한다면 새로운 패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게 불보듯 뻔하다. 이는 닌텐도나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커다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구상했던 차세대 TV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업계에 등장할 것인가. 애플은 그의 생각을 얼마나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게임 시장은 또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우리 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가. 갑자기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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