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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전문 월간지 ‘PC와 게임’ 편집장 량화뚱 “중국 공략포인트, 각 지역성을 노려라!”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6.12.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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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좋아서, 죽도록 게임이 좋아서 닥치는 대로 게임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정보를 모으다보니, 투고를 하게 됐고 대학졸업 후 진로를 무작정 게임잡지사로 정했다.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청소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꿈과 열정으로 뭉친 청년. 10년이 지난 지금 그 청년은 중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전문 월간지 ‘PC와 게임’의 편집장이 됐다. 타오르는 열정은 사라졌지만, 그 열정이 승화된 관록이 그의 얼굴에 자리잡았다. 중국 게임시장과 함께 한 10년. 관록 넘치는 예리한 시각으로 보는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법에 대해 그가 말문을 열었다.

중국 대표 오프라인 게임매체 ‘PC와 게임’은?
지난 1994년 6월에 창간호가 나왔으니 이미 12년이 넘어 13년이 된 중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PC, 게임 전문잡지다. 2006년 12월, 148호가 발행됐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게임을 아직도 좋아한다. 이전에 즐겼던 것은 콘솔게임이었지만, 1997년 ‘울티마 온라인’을 시작으로 온라인 게임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콘솔과 온라인 두 플랫폼 모두 장단점이 있다. 현재 사람을 만나고 경쟁할 수 있는 온라인의 매력에 더 푹 빠져 있다.

초기 중국 온라인화 과정은 어떠했는가?
전화접속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속도가 너무 느려 얼마 지나지않아 사내 네트워크로 게임을 즐겼다. 이후 상업적으로 시작된 타이완의 ‘만왕지왕’이 서비스됐지만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본의 ‘석기시대(스톤에이지)’는 어느 정도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전기(미르의 전설)’는 당시 게임과 큰 차별점이 없었고 그래픽도 답보 상태였다.

‘전기’의 성공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당시 많은 사람이 PC를 보유하지 못했고 인터넷 인프라 구축도 미흡했다. 결국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왕빠(PC방)를 찾아야했다. 왕빠가 활성화되면서 유저들이 가장 먼저 접한 온라인게임이 ‘전기’다. 결국 시기적인 타이밍이 잘 맞았다. ‘전기’의 성공은 게임성 보다 왕빠를 통한 유저 확산이 크다. ‘전기’는 게임의 성공 이외에도 온라인 게임을 일반인들에게 전파시켰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당시 왕빠는 일반적으로 채팅이나 e-메일, 혹은 자료를 찾기 위해 이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유저들이 ‘전기’를 플레이하기 시작면서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단순히 타이밍이 좋았던 것인가?
타이밍이 맞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샨다는 성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게임 판매상이란 사무실에 앉아서 게임프로그램 CD를 판매상에게 넘겨주고 관리만 해왔다. 샨다는 왕빠를 직접 찾아가 ‘전기’의 게임프로그램을 다운받게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왕빠에게 일정부분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형태를 취했다. 이런 사정을 일찍 파악하지 못한 다른 게임 판매업자들은 그 게임이 왜 성공했는지 이해 조차 못했다.

한국게임이 온라인게임의 대중화를 일으켰는데.
한국게임은 유럽과 미국 쪽 게임에 비해 차이가 크다. PC 패키지게임을 즐겼던 매니아들은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전기’는 쉽게 접촉이 가능했다. 게임을 전혀 모르던 사람들 때문에 전기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왕빠에서 온라인 게임을 배운 사람들 대부분이 ‘전기’를 통해 처음 온라인 게임에 접했다. 이는 첫사랑과 같은 것이다. 충성도가 강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내부적 환경요소와 외부적 환경요소가 적절하게 뭉쳐져서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한국게임이라서 대중화를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에서 대중성과 완성도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가?
대중성과 완성도는 발전 단계에 있어서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하나는 게임의 품질이고 다른 하나는 운영 전략이다. 이 두 가지는 필수적이지만, 전략은 바로 다른 업체가 모방할 수 있다. 샨다가 시도했던 전략은 다른 업체가 바로 모방했다. 결국 시장이 성숙해지면 게임의 품질이 성공의 잣대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진입장벽과 저작권문제 등 벽에 부딪치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선진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협약에 의해 기술 이전의 한도에 대해서 정하기도 하겠지만, 배우는 것은 도용과 다르다. 도용은 확실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경우, 그 경계가 분명치 않다. 기술 습득과 기술 도용이란 것을 정확히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분쟁에 관해서는 법이 해결할 문제이지만 진정한 파트너라면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어야한다. 중국은 한국의 창작권을 인정해 주고 한국은 중국 내 마케팅방법, 영업 전략을 전적으로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너간의 분쟁 문제는 단기적으로 생각하느냐 장기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저작권과 같은 문제로 분쟁이 생기는 경우는 합작을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고 그런 중국파트너는 좋은 파트너라라고 할 수 없다.

한국 중소 개발업체들의 중국 진출 전략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중국의 이름난 게임업체들, 예를 들면 ‘샨다’나 ‘더나인’ 같은 경우 이미 한국의 퍼블리셔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모든 퍼블리셔는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자세다. 한국의 개발업체들은 중국시장 공략시 너무 특수한 기대를 갖지 않고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대략 몇 개의 큰 지역으로 나눠진다. 동북, 화남, 화북, 서남부 등 각 지역의 게임선호 유형이 다르다. 지역성의 퍼블리셔를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성에서 전국성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먼저 지역에서 성공하는 것이 좋다. 일단 원가를 절약하고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발생시키고, 전국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지역성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밀도 높은 마케팅을 펼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프리스타일’의 경우, 서비스회사 자체는 전국성이지만 연해지방이나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지방을 집중공략해서 성공한 사례다. 샨다도 처음엔 사천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여세를 몰아 전국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일단 지역성의 중국 업체가 한국 파트너의 게임을 중시하면, 게임 공급 상에게 성의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유대관계를 형성하려 할 것이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임이 아니라면 초기엔 이런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좋을 것 같다. 지역성이라는 것은, 중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킹소프트가 ‘봉선방’이란 게임을 서비스할 때, 북경의 영화관이나 북경유선TV에 광고를 하면서 북경을 먼저 선점하고자 노력했다. 열의가 있는 파트너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협력해야 한다. 일단 게임내용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좋은 중국 파트너라는 것은 한국 게임을 존중해주고 자기 지역에서 좋은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가?
사천지방과 광동지역 그리고 동북지방의 지역성 통신업체나 온라인 운영업체가 좋을 듯 하다. 상해와 북경은 전국성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중국파트너는 게임 선정에 있어서 많은 고려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 캐주얼 게임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같은가?
개인적으로 캐주얼 게임을 많이 접촉해보진 않았지만 왕빠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퍼블리셔들은 캐주얼보다 MMORPG를 선호한다. MMORPG가 아직도 수익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구조는 삼각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각형의 아랫부분은 캐주얼 게임이 기초를 이루고, 최고 꼭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복잡하고 매니아 성격이 강한 게임이 차지할 것이다.

한국을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데 동의하는가?
한국이 온라인 게임을 제일 먼저 산업으로서 성공시켰다는 것은 인정한다. 특히 e스포츠를 상업화시켰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지지가 많이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점은 중국 게임업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200만개 이상 팔렸다고 알고 있는데 인구수에 비해서 매우 큰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의 게임개발 능력은 어떻게 보는가?
게임의 외부적인 형태는 많이 근접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게임의 내용이나 세계관에 관해서는 ‘넷이지’의 ‘대화서유’ 같은 게임이 중국 서민 문화를 잘 파악해서 만들었다는 업계의 평가이다. 이런 중국적인 세계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각 나라의 가장 핵심적인 정서는 그 나라 개발자들이 제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3년이면 완전히 한국을 따라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를 산업으로 이끈 한국의 저력이 부럽다. 한·중 양국이 힘을 합쳐 게임산업을 더욱 키워, 우리 동방국가들의 문화가 세계시장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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