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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PC방에 휘몰아친 ‘콜라 대전쟁’의 진상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6.12.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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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으로 자본이 집중되면서 관련 사업에 중국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이 되는 부분은 확실하게 돈벌이로 연결시키는 중국인들이 게임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주변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PC방에서도 본연의 장사 이외에 또 다른 이익창출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PC방 그리고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두 콜라회사가 현재 중국 게임시장에서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더 나인의 양다리 콜라 전략

중국 온라인 게임의 성장 원동력이었던 PC방 시장규모가 연간 조 단위를 넘어 섰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PC방이 이렇게 산업으로 형성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온라인 게임의 상승곡선에 힘입어 이제는 2조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거대시장을 발 빠른 글로벌 기업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젊은층이 주 이용객인 PC방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지난 2006년 11월 29일 더 나인과 펩시의 제휴로 실시한 ‘길드워’ 클로즈드 베타테스트 발표회는 중국 게임업계에 큰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코카콜라와 더 나인의 제휴로 펼쳐진 마수세계(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하 와우)의 PC방 마케팅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펩시가 게임시장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 세계적인 콜라회사들이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을 품에 안고 진검승부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PC방 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300대 규모 PC를 소유하고 있는 PC방에서 하루 평균 약 20박스의 콜라가 팔린다. CNNIC(중국인터넷신식중심)이 발표한 ‘제18차 중국인터넷발전 상황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네티즌 수는 1억2천 명으로 1억9백만 명이던 2005년에 비해서 12%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중 습관적으로, PC방에서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은 35.1%으로 4천만 명이 넘는 숫자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당연히 이런 기회를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붙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
중국 현지의 한 PC방의 지배인은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겐 PC방에 깔려있는 게임과 컨텐츠 그리고 PC사양 등이 주요 관심사”이라며 “자신이 마시는 음료가 코카콜라인지 펩시인지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먼저 코카콜라가 파고들었다. 지난 2005년 4월, 코카콜라는 인민폐 9억원(한화 약 1천 100억원)을 투자해 와우를 서비스하고 있는 더 나인과 합작으로 PC방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2006년 3월 전국적으로 12,000여개의 PC방이 코카콜라 전매 PC방으로 가맹됐다. IDC가 발표한 2005년 4분기, 전국 14만개 PC방 중 9∼10%에 달하는 수치다.

코카콜라의 오랜 적수로서 역시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펩시가 코카콜라의 독주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코카콜라와 더 나인의 제휴에 대항하기 위해, 펩시는 샨다의 ‘몽환국도’와 손을 잡았다. 펩시는 지난 2006년 6월 22일 유사이래 최대의 자금을 투입해 제작한 TV광고를 시도하면서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벌였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후 계속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던 펩시는 올해 11월, 얼어붙은 형세를 만회하고자,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이미 코카콜라와 제휴가 되어있던 더 나인을 설득해 ‘길드워’의 클로즈드베타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앞으로 1만개 이상의 ‘펩시-길드워 전매PC방’을 가맹시키는데 공동노력하기로 협의하겠다는 것.

이번 합작에 대해 더 나인 쭈쥔 대표는 “‘길드워’에서 제창하는 전투정신과 펩시가 음료 시장의 제 일선을 돌파하겠다는 정신은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며 “우리는 펩시의 일선 영업개발팀의 능력과 창조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더 나인이 펩시와 합작한다는 소문에 코카콜라는 거세게 항의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코카콜라의 뒤를 따라 다니기만 했던 펩시는 전통적 마케팅 방식대로 코카콜라보다 가입 조건을 크게 완화시키면서 맞불작전을 놓기 시작했다. ‘와우’를 서비스하기 위해, 북경지역의 경우 120대 이상의 PC를 보유해야 한다. 코카콜라는 가맹 PC방에게 입구에 설치할 수 있는 전문 코카콜라 상표의 간판과 대형 포스터, 그리고 음료 냉장고 및 음료 진열대를 서비스했다. 규모의 조건상 연쇄점형식의 자본이 있고 대형화된 PC방이 코카콜라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판매량에 따라 코카콜라와 게임회사에서는 실적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전략도 폈다.

이에 대해 펩시는 당연히 코카콜라보다 더 좋고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야 했다. 코카콜라가 최소 100대 이상의 PC를 보유한 PC방을 대상으로 전략을 펼쳤다면 펩시는 80대나 그보다 적은 수의 PC방에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또한 코카콜라가 음료냉장고를 제공할 때 일정액의 보증금을 받았지만 펩시는 무료로 나눠주는 전략을 펼쳤다. 또한 2005년 후반기에 들어서부터 일정 지역에서 펩시에 가맹한 PC방에게는 연말에 인센티브로 인민폐 1,800원씩을 지급한다고 선포하여 코카콜라가 요구하는 외형 조건에 미달하는 PC방들이 자진해서 펩시의 진영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PC방을 상대로 한 공격 이외에 측면 공격으로서 펩시 가맹점에서 펩시콜라를 사게 되면 일정 시간의 무료 인터넷 사용권을 제공하고 그 부분을 펩시에서 PC방에 보조해 주기도 했다. 인력문제로 펩시 음료에 대한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PC방에 대해서는 판촉인원을 파견해 음료를 판매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음료회사에서 직접 나와 소비자에게 상냥한 미소로 음료를 접대하니 체인화된 PC방에 비해서 시설이 뒤떨어진 개인 PC방은 그나마 체면이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PC방 사장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펩시라는 세계적 기업 가맹PC방이라는 것이 PC방의 격조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PC방과 콜라회사의 연맹에도 코카콜라는 업계 1위라는 위상과 함께 주로 고급 PC방을 공략하고 일정부분의 자금을 협조하면서 경영에 관해서는 거의 간섭이 없다. 펩시의 경우, 자본이 많지 않은 개인 PC방을 공략하면서 경영과 판촉에 관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것은 어떤 부분에서는 소규모 PC방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남는 것은 상처뿐
일반적으로 PC방이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콜라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약속도 없이 같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로 더욱 많은 우대를 주겠다고 인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이익을 되돌려주겠다고 한다는 것. 심지어 어떤 펩시 영업사원은 음료 냉장고와 냉장 진열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세 상자를 사면 한 상자를 덤으로 얹어주고, 거기에다 다른 곳보다 10% 더 싸게 공급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 때문에 PC방 업주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업계는 펩시의 이러한 무차별적인 PC방 공략이 단시간 내에는 전통 영업루트를 통해 얻는 것과 같은 정상적인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펩시는 “PC방 공략은 거의 제로마진에 가깝다”고 말하면서도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펩시라는 브랜드에 접촉하게 만들기 위해서 손해만 보지 않을 정도라면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말 상해 PC방 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는 4:1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올해 더 나인이 코카콜라와의 단독 합작 국면을 깨고 펩시와 ‘길드워’를 공동 마케팅하기로 협의했다. 비록 모종의 원인 때문에 펩시와 전략적 합작관계까지는 아니라 하지만 격렬한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를 똑같이 합작 파트너로 삼고 있는 더 나인에 대해서 업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앞으로 더 나인에서 서비스 될 ‘썬 온라인’에 대해선 두 음료회사의 입찰을 통해 합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게임사와 음료회사들의 무차별적인 공략에 의한 PC방의 전매점화 현상에 대해 한 업주는 “현재 PC방 시장은 전국적으로 14만여 곳이 있다고 추산하는데, 이러한 큰 시장을 우리들의 손으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거대한 손실이 될 것”이라며 “비록 새롭게 개업하는 PC방에겐 음료회사나 게임사들의 전문매장으로 편입되는 것이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한 회사로부터 통제를 받는 PC방 구조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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