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노인과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12.08 10:0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9년간에 걸쳐 매일 약 1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65세가 되어 간다는 조사 결과는 미국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10년쯤 늦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슬슬 은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약 7,6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들의 소비 지출 규모는 미국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구매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그들의 소비 지출액은 현재보다 약 5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닌텐도는 수년 전 미국 전역의 노인정과 같은 장소에 무상으로 Wii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우선 플레이 해 보고 재미 있으면, 집에서 구입해 손자들과 함께 놀아보라는 심산이었다. 초기 보급비용이 큰 부담이 됐지만,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코네티컷주의 옥스퍼드에 사는 스테판 할아버지는 “만약 Wii가 없었다면, 나의 여생은 너무 재미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게임을 해본 적이 별로 없지만, 뒤늦게 게임의 재미를 알게 됐다. 이제는 나같은 노인도 게임뿐 아니라 첨단 테크놀로지 기기들을 손쉽게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비력이 왕성한 미국 고령층의 최근 놀이문화에서 게임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까. 노인들은 어떻게 게임을 구입해서 즐기고 있는지 등에 관해 게임 리서치 그룹 ‘플레이어블 게임즈’가 조사한 결과는 게임인구 확산을 꿈꾸는 우리 업계에도 꽤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의 노인층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돈을 쓰는 것에 매우 신중한 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지불한 돈에 대해 본전을 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 재미를 느낀 게임을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등 사전에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를 토대로 보면, 미국의 노인층을 온라인게임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설치나 회원가입, 결제 등 사전 준비 과정을 가능하면 심플하고 자동으로 진행되게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고령층이기 때문에, 버튼이 많이 붙어 있는 게임 콘트롤러의 조작에는 매우 서투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위 스포츠(Wii Sports)’의 볼링 같은 손쉬운 게임마저도 리모콘의 B버튼이 동떨어져 있어 볼을 던지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특히 노안으로 인해 설명서를 읽는 것보다는 화면을 통한 튜토리얼을 따라 진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 노년층은 젊은 시절 즐기던 스포츠나 승마, 댄스 등을 현재의 몸 상태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으로 유사한 종류의 게임을 자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보다 10년 정도 늦은 국내의 베이비붐 세대는 2020년경부터 65세 이상의 본격적인 고령층으로 쏟아질 것이다. 우리 게임 업계도 새로운 소비층을 영접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