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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PC방, 한류 바통 이어받나] 중국집 거리에 떡볶이집 오픈한 어느 한국인 이야기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7.0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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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PC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PC방 수요가 급증한 것. 이런 와중에 한류의 물결은 온라인게임을 넘어 PC방까지 몰아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한국의 PC방이 중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북경 최초로 가맹점 방식의 PC방을 운영하는 한국 업주를 만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젠 PC방도 한류다
왕빠(網巴)라는 중국 간판이 아니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PC방이라는 글자가 더 크게 느껴지는 간판이었다. 북경에서 한국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왕징(望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려니 했다. 왕징지역에서도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구역이라 비교적 깔끔하게 지어진 상가건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위치한 PC방 입구에 들어서자 그 규모면에서 압도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중앙에 카운터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약간 어두워 보이지만 기이한 형태의 돔과 귀엽게 꾸며진 조그만 2인용 방들이 문대신 주렴으로 장식돼 있었다.

카운터 왼쪽은 우주선의 긴 복도처럼 꾸며진 좌석이 있고 다시 그 왼쪽엔 탁 트인 전형적인 PC방 형태의 좌석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직원에게 슬며시 사장님이 누구냐고 물었다. 한국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상했다. 외국인에게는 PC방 영업이 허가되지 않는 중국이기에 언뜻 ‘바지사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장과 인터뷰를 요청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30대 후반 가량의 남자 둘이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PC방 사장인 이용훈(가명, 46)씨는 기자의 인터뷰에 선뜻 응해줬다.

일반적으로 중국 PC방에서는 자신들의 광고를 위한 것을 제외하곤 기자의 취재라든가 사진 찍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곳이 많아, 변변한 PC방 내부 사진 하나 찍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총 면적 1150평방미터에 300개의 좌석이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영업을 시작했죠.” 이용훈 사장은 아무 걱정을 느낄 수 없는 조금은 태평스런 어투로 이야기했다. 다니던 한국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국으로 건너와 중국 게임회사에 근무했었다는 이 사장의 후배인 박기용(가명, 38)가 그의 사업을 돕고 있었다.

박기용 씨는 “여러 가지 사정상 잠시 쉬고 있다”며 “PC방 유저 성향분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게임개발에 마지막 도전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 PC방에서는 ‘카트라이더’, ‘오디션’, ‘프리스타일’ 등이 인기가 있었다. 고객 대부분(90% 이상)이 중국 사람들이었다. 이 사장은 “주위의 상가 종업원들이나 회사원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게임의 인기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캐주얼 게임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바쁘다보니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하는 MMORPG 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용의 게임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박기용씨는 앞으로 캐주얼 게임이 PC방의 주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6년 중국 게임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순수 중국 개발게임 ‘정도’를 서비스하는 정도온라인의 회장 쓰위주 역시,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 지방도시와 농촌에 더욱 많은 MMORPG의 유저들이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였다.

모든 것은 합법적으로
주변이 북경에서는 고급 주거단지이다 보니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출청소년들이 PC방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장사가 안돼 작업장으로 전락하는 PC방들의 문제점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저는 이 분야를 잘 모릅니다. 모든 것을 제 집사람이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실은 제 집사람이 중국 사람이거든요.” 마음속에 꺼림칙하게 남아있던 의문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속칭‘바지사장’에 관한 문제였다. 비단 PC방뿐만이 아니라 중국 국가정책상 외국인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업종을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합작 형태를 통해 중국인의 명의만 빌려 중국에 진출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분쟁에 휘말리고 나중엔 투자금 한 푼 건지지 못한 채 물러나야만 했던 상황을 자주 목격해 왔던 기자로서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고 걱정됐었다. 이용훈씨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로 인가를 받아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PC방의 경우 명의를 빌리는 형태의 합작이 많아 현재 대부분이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북경에서 한국인들에게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는 국중컨설팅의 김성훈 씨는 “PC방시장이 외국에 개방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빌리는 형태로 합작을 하는 경우엔 차후 분쟁에 대한 대비를 면밀하게 해놓아야 한다”고 합작 PC방의 맹점에 대해 경고했다.

이용훈 씨의 경우, 사업자 명의가 중국인 부인 앞으로 되어있지만 규모와 시설이 되는 정식 가맹점 형태의 PC방은 한국 사람으로서는 북경 최초다. 이 사장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민폐 5백만 원(한화 약 6억원)이 들었다”면서 “월 임대료가 12만원(한화 약 1천 5백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이만한 위치와 환경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얘기”라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무 명의 종업원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하루 매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6∼7천원(한화 약 75만에서 85만원) 정도 된다고 대답했다. “손해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초기이니까 투자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가장 싼 좌석이 시간당 3원이고 4원(LCD모니터), 5원(돔형 5인실), 6원(커플좌석)씩 받고 있는데, 앞으로 사용료를 올릴 계획입니다.” 한국형 선도 PC방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차이나 드림, '꿈은 이루어진다'
현재 총 회원이 1000명, 카드를 통해 회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카드는 실명제로 이뤄졌고 한번 충전에 50원∼100원(한화 6,000~12,000원)씩을 충전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물론 중국의 규정상 미성년자는 받지 않고 있지만, 지역특성상 한국 중·고등학생은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내의 PC방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규정 위반의 영업형태는 생각지도 않고, 가장 합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 아직 주변의 아파트들이 완전히 들어서지 않아 현재는 예상한 수익에 미치지 못하지만 1∼2년이 지나 이 주변이 완전히 개발되면 차이나드림을 이룰 수 것이라고 이 사장은 전망하고 있었다.

진정한 한국 PC방 문화가 또 다른 한류로 중국에서 유행되기 위해선 일단 PC방업종이 대외로 개방이 되어야 한다. 그는 “자신은 괜찮지만 합작형태의 PC방을 운영하는 다른 한국 업주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PC방시장이 개방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통로의 한 커플룸에서는 연인으로 보이는 한 쌍의 중국남녀가 다정히 앉아 한국게임 ‘오디션’을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온라인게임도 PC방도 이제는 한류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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