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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 이대로는 안된다!] 對 중국 온라인게임 수출 전략 이대로는 안된다!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7.03.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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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10일밖에는 못 간다는 말이다. 중국 대륙을 휩쓸던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 자체 개발 게임과 북미 온라인 게임에 맹주의 자리를 내놓았다. 아니 맹주의 자리 뿐만 아니라 변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있다. 그 이유가 게임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중국 시장을 너무 쉽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게임수출 시에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박이 날 게임들이 허무하게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게임업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진지한 고려와 게임 수출 시에 접근, 과정, 마무리, 사후 관리까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한국 게임의 몰락
중국 업체들이 너도 나도 한국게임을 수입해 한 몫을 챙기고자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무조건 수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미르의 전설’이 중국에서 기적과 같은 성공을 거둔 2003~2004년 이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합작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자세로 나설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의 맹목적인 한국게임 수입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한국 업체들이 게임을 완성시키기도 전에 중국 업체와 수출 계약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게임이 10%도 완성되기 전에 미리 계약금을 받아 그 돈으로 개발비용에 투자하다가 결국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중도에 흐지부지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미르의 전설’을 서비스하던 중국 게임회사가 복제판이랄 수 있는 게임을 자체 개발이라며 시장에 내놓은 일도 한국 게임업체들에게 원천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경각심은 단순히 수출만 하던 한국 게임회사가 중국회사와 합작의 형태로 중국시장에 직접 뛰어들게 만들었다. 당연히 중국 정부도 자국 게임산업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각종 규정을 제정해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점하고 있던 우세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필히 비준을 받아야 하는 ICP허가증의 외국기업에 대한 제약과 온라인게임의 등급심사와 유사한 출판총서의 ‘판호’ 허가증에 대한 심사 강화, 외국 게임에 대한 쿼터적용 등이 그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한국 게임회사와 합작했던 중국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에 어떤 것을 요구하든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는다. 말해봤자 헛소리 한 꼴이 된다”며 “초기 동시접속자(이하 동접) 1백만 명에서 8백 명으로 떨어진 것이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라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했던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 하면서 돌출된 상황이다. 한·중 합작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해 분명히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게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상에 대한 중국 게임 전문가들의 분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방법에 있어서 의견 차이를 실패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 수도권에 인구가 30%이상 밀집되어 있어 서울과 지방 대도시 몇 군데만 집중홍보를 하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하지만 중국은 광활한 대륙에 인구가 넓게 퍼져 있어 필히 전국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은 차이나 조이와 같은 게임 쇼에는 다량의 광고비를 투입하지만 전국적인 매체의 광고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현재 중국 온라인게임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수세계(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는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 광고에만 한화로 12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두 번째는 인터넷의 인프라가 한국과 다르다. 게임 클라이언트를 인터넷으로 다운받기에는 중국의 인터넷 설비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서 기가바이트 이상의 게임 클라이언트는 필히 클라이언트 CD를 제작해 배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터넷 설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북경의 고급 주거지역도 게임 클라이언트를 다운 받는데 실제로 7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합작 중국 파트너에게 시장 운영을 일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행태는 중국 사람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비록 게임 품질이나 내용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 회사들의 고자세와 한국에서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중국도 그대로 해야만 한다는 식의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실정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하다가 마찰이 생겨 좋은 게임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에 이른 게임도 적지 않다.

양국 분란의 시작, 현지화 작업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과의 협의 점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현지화 작업이다. 중국의 파트너를 잘 선택해서 게임을 중국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성공리에 서비스하기 위해선 현지화는 필수적이다. 바로 눈에 보이는 부분이기에 시작부터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이 과정에서 한국 측과의 의견 조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푸념한다. 물론, 이 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경험이 풍부한 한국 게임업체는 그나마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자본이나 경험 등의 문제로 인해 중국시장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중소기업에겐 또 다른 비용 지출 요소와 시간 낭비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두 개의 한국게임을 중국 내에 서비스하고 있는 Z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어떤 경우엔 중국의 실정에 맞게 약간의 내용과 스토리를 변경해 달라는 요구에 한국 측은절대 그렇게는 안 된다”고 거부하기 때문에 불만이 쌓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더 이상의 얘기를 진행시키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중국 현지의 정서에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 대부분이 일단 데모버전이나 한국의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을 시험해 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국 업체와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 요구하는 것은 중국 정서에 맞게 변경사항을 제시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준비가 잘 된 회사일수록 일의 진행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중국 업체 관계자들은 먼저 중국적 사고방식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메이저급 게임 서비스 업체에는 한국부서를 따로 두고 있어 한국 업체와의 언어소통에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어’의 소통이 ‘의사’의 소통까지 대신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게임업계의 선두 주자인 샨다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샨다)의 천티엔치아오(陳天橋) 대표는 “한국과 상담을 하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다”며 “많은 체력의 소모가 요구되는 골치 아픈 일”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 게임의 중국 현지화 작업에 참여했던 한 조선족 교포는 “한국 업체들은 게임의 원천코드만 제공하면 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현지화 작업을 하다보면 번역작업은 기본이고 실용성 개조, 서버의 안정화 작업까지, 적게는 두 달, 길게는 6 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중이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긴밀히 협조해도 문제가 터지는 마당에, 한국 측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그는 “이렇게 중국 업체를 너무 얕잡아 보는 태도가 눈에 보일 때는, 자기가 오히려 중국 측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게임 개발팀이 중국에 상주하면 모를까 현지화 작업기간에 출장으로 열 번을 넘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정작 일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분열이 생기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업체 관계자들은 게임이 정식 서비스 되고 나서 사후 관리에 대한 대처도 너무 늦다고 입을 모았다. 성의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 업체의 고위관계자는 “유독 한국게임에 핵프로그램과 프리서버가 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시아의 맹주는 바뀔 것?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게임 개발 기지인 한국에선 매년 몇 백 개의 온라인게임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아주 일부만이 정상적으로 시장에 선을 보이고 상업화가 된다. 그 가운데서도 비교적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20~30개가 중국을 포함해 해외로 수출된다. 일부 개발사들은 게임이 30%정도 개발되었을 때부터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자체 베타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게임이 중국에 알려지게 된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규모의 개발사들은 이때부터 구매자를 물색하고 그 계약금을 다시 개발비용에 충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중국 업체는 현지에서 많은 비용을 투입해 문화부문, 판권부문의 심사를 거쳐 대대적인 광고에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의 개발업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클로즈드 테스트에서 오픈 테스트, 상용화의 스케줄이 끝없이 미뤄진다.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게임이 서비스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해당게임의 프리서버와 핵프로그램이 난무한다.

결국 한국 측의 무성의한 사후 관리로 인해 좋은 게임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개발에 한국보다 한발 늦은 일본이 온라인게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중국 모 게임업체 해외담당자는 “일본의 게임을 수입할 때는 분쟁이 거의 없다”며 “일본 측은 시작과 끝이 항상 일정한 태도를 유지하기에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관계자들은 “한국이 계속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오래지 않아 중국이나 일본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시장에 한국 온라인게임이 무조건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한국 게임업계가 더욱 고품질의 게임개발과 게임 수입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서비스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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