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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규의 차이나 망락유희] 게임 잘하면, 공부도 잘한다!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7.05.0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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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수재 70%, 온라인게임 즐긴다. 게임 잘하면, 공부도 잘한다!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로 청소년 놀이문화가 변하고 있다. 육체적인 운동이나 놀이 대신 온라인게임이 그들의 최고 놀이문화로 자리 잡혔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문화가 보급될 때는 그 문제점과 효용성 사이에는 분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인터넷과 더불어 온라인게임이 중국에 자리 잡혀가면서 해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점차 PC방의 실효성 또한 부상하고 있다. 변해가고 있는 중국 PC방 문화를 짚어봤다.



 온라인게임은 저소득층의 전유물?!

 지난 2000년 5월, ‘각 가정의 아이들이 어떻게 건강한 여가활동과 오락을 즐겨야 하는가’를 다룬 어느 중국 매체의 기사가 이슈화된 바 있다. 아이들이 너무 TV를 가까이 함으로서 지능발달과 신체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골자다. TV의 폐해에 대해 언급하면서 타인과의 교류를 꺼려하고, 동정심이 결핍되며, 현실감이 떨어져 아이들의 장래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다. 따라서 각 가정의 가장들은 아이들에게 야외활동과 신체단련을 위한 운동을 자주 함께 할 것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7년이 지난 지금, TV의 유해성을 성토하는 중국 매체는 한군데도 없다. 사회가 변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 TV에 쏟아지던 비난이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으로 총구를 돌렸다. 자기 아이들이 온라인게임을 하거나 PC방에 드나들면 큰일이라도 난 것 마냥 경악하기 일쑤였다. 각 주요매체에선 온라인게임과 PC방에 융단폭격의 비난이 집중됐다. 기성세대들과 주류사회에서는 온라인게임을 가리켜, ‘사이버헤로인’이라 명명하고 PC방은 전자아편소굴이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비난들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이제 중국의 주류사회에서도 온라인게임과 PC방을 시대의 조류로 인정해 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전에 인터넷 문제를 연구하는 온라인게임 학자들은 “청소년들의 중독은 스스로 현실세계의 불만과 좌절에 따른 것”이라고 문제의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분석에 대해 전혀 다른 각도로 온라인게임 중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사천성 청소년범죄연구회부회장 ‘후광웨이’는 청소년의 게임중독과 범죄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많은 청소년들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는 것은 평소 다른 놀이방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들을 흡수할 놀이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어 “도시의 중쪾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겐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청두(成都)의 한 PC방 업주는 개업하기 앞서 시장조사를 했다. 청두시의 고급 주택지역과 서민 주택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청소년을 상대로 부모의 직업, 가정수입, PC방의 이용금액, 인터넷을 하는 주요목적, 여가활동과 취미생활 등 약 10여종의 항목에 걸쳐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고급주택지역의 아이들과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들일수록 취미생활이 다양했고  PC방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반면, 서민 주거지역의 아이들은 여가활동이나 오락방식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했고, 고급주택지역의 아이들에 비해 PC방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았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서민 주거지역에 PC방을 오픈한 결과, 주변 10대 청소년들이 몰려 사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PC방 업주의 이러한 조사결과는 중국 게임공작자 위원회와 IDC 국제통계공사가 연합으로 조사한 중국게임산업조사보고수치(이하 보고수치)와도 일치했다. 보고수치에 2006년 중국의 온라인게임 유저수가 3,112만 명에 달했다. 그 중 저소득층의 온라인게임 이용자수가 가장 많았다. 1,000위안(한화 약 12만원)이하 저소득층의 온라인게임 이용자가 50.7%, 1,000위안에서 4,000위안(한화 약 48만 원)의 중등소득층이 43.5%를 차지하고, 4,000위안 이상의 고소득층이 온라인게임 총 유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온라인게임이 제일 싸다

 이 같은 이유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PC방 업주는 “서민층의 아이들은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놀거리가 없다”면서 “이용가격을 적당하게 책정해, 서민 주거지역에 PC방을 개업한다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내내 PC방에 앉아서 게임을 즐기고 나오던 학생에게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붉게 충혈 된 눈으로 “그럼 뭐하고 놉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서민층에게는 PC방 문화가 깊숙하게 뿌리를 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 그 학생은 “영화를 보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수영을 하거나, 여행이나 노래방 가는 것보다 PC방이 제일 싸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설비가 갖춰진 체육시설은 대부분이 유료다. 서민층의 청소년들이 가서 즐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중국사회가 온라인게임과 PC방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후광웨이’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현실세계에서는 자기 뜻대로 안되는 많은 것이 존재한다”며 “그래서 사이버세계에선 현실에서 할 수 없었던, 하지 못했던 것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이것이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후광웨이’는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너무 적게 제공하고 있으며, 온라인게임 이외에 청소년들을 흡수할 수 있는 여가활동의 결핍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샨다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샨다)의 총재 ‘탕쥔’도 “어떤 온라인게임이 유저에게 지속적인 오락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게임은 실패한 게임”이라면서 “하지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현상에 관해서는 그 책임을 전부 게임 개발회사나 서비스 회사에게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에게 온라인게임을 대신할 다른 공간이나 오락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만일 인터넷이나 온라인게임이 없었다면, 많은 청소년들이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고 다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밤거리를 헤매는 것보다 오히려 게임에 열중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고의 틀을 바꿔라

 중국의 인터넷 이용인구가 1억명을 넘어서고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의 13억이 넘는 인구 비례로 따져보면 전체 인구의 8% 이하만이 인터넷에 접속해 보았고 3% 이하의 인구만이 온라인게임을 해봤다.
 1억이 넘는 네티즌 가운데 80%이상은 청소년들이다. 인터넷은 미래의 정보사회로 가는데 필연임을 알고 있는 중국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도 인구의 절대 다수가 정보 인프라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은 너무 쉽게 인터넷을 접하고 있다.
 이에 인터넷 전문가들은 PC방과 온라인게임의 순기능을 역설하는 것이다.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중국의 ‘까오카오’(高考)에서 각 성의 수석을 차지한 학생들 가운데 3분의 2가 온라인게임을 즐겼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제 중국 정부도 게임중독의 책임을 청소년들에게만 돌리지 않고 어떡하면 게임이나 인터넷에 중독 된 청소년들을 인터넷 인재로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일 온라인게임의 청소년에 대한 해악을 감소시키고자 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온라인게임시장의 규범화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인터넷 오락방식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이러한 조언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중독방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게임에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 무조건의 통제보다는 쉽게 통제가 가능한 부분부터 규범화시키며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인터넷환경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중국의 기성사회에서도 온라인게임과 PC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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