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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12.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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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황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북한의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뿌연 안개가 자욱해 보인다. 올해 3월 THQ가 출시한 북한의 미국 침공을 테마로 한 FPS게임 ‘홈프론트’가 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게임 시나리오 상, 2012년 김정일의 죽음을 계기로 권력을 계승한 김정은이 2015년 동북아시아를 공산화시키고, 미국 본토까지 무력 침공한다는 아찔한 내용이다. 이 게임이 예측한 2012년을 불과 2주일여 앞두고 김정일이 사망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공포스러울 정도로 홈프론트의 내용과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듯하지만, 역시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사상 유래 없는 3대 세습이 이뤄질 것인가. 김정일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지목된 셋째 아들 김정은은 올해 고작 스물아홉살이다. 그의 체형이나 생김새를 보면, 서울 시내 PC방 한구석에서 ‘아이온’에 푹 빠져 있는 우리네 청년의 모습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폐쇄적인 북한의 정치 환경 상, 김정은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비밀에 붙여져 왔던게 사실이다. 그의 얼굴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김정일의 후계자에 관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는 아들 3명의 정보가 담겨있다. 장남 김정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매우 다분한 인물’이었고, 차남 김정철은 정치 권력보다는 게임이나 노는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두 형에 관한 정보도 아주 미미했지만, 김정은에 대해서는 ‘매우 어리다’ 정도밖에는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최근 뉴욕포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은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의 아들로 위장해 ‘박운’이라는 가명을 쓰며, 현지의 베른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녔고, 독일어, 불어, 영어가 가능했다고 한다. 김정은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는 “정은이는 여자애들 앞에서 매우 수줍어해서 항상 분위기가 어색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김정은이 일본 만화를 읽거나 플레이스테이션용 농구게임을 매우 좋아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 정권의 후계자라 하더라도, 역시나 그 나이 또래 소년에게 ‘게임’이란 떨쳐내기 힘든 유혹이었던 것 같다.


베른 인터내셔널 스쿨의 같은 반이었던 또 다른 친구는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정은이는 미국 프로농구선수를 꿈꾸고 있었다. 가장 좋아했던 팀은 시카고불스”였다고 말하고 있다. 전쟁놀이를 하며 소년기를 보낸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이 게임이나 만화, 스포츠를 좋아했다는 점은 아버지와 아들의 시대가 다르다곤 하지만,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얼토당토한 상상일 지도 모르지만, 우리 온라인게임이 남북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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