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기마대
다케다 기마대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2.01.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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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시대엔 말을 타고 싸우는 기병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말을 타고 다녔던 사람은 귀족 무사들뿐이었고, 이들 또한 직접 말의 고삐를 잡지 않고 하인들에게 말을 끌도록 했다. 당시만해도 말을 타고 싸운다는 건, 사무라이 정신에 위배되는 비겁한 짓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 전쟁에서 기마병을 운용해 기존의 상식을 뒤엎은 장수가 바로 전국시대 가장 뛰어난 무관으로 알려진 ‘다케다 신겐’이다. 그는 전국시대 최강의 기마대였던 ‘다케다 기마대’를 조직해 무수한 전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중국의 모든 병법에 통달한 그는 용병술에도 능했으며, 손자병법의 풍림화산(바람처럼 빠르고, 숲처럼 조용하게, 불처럼 맹렬한 공격으로, 움직이지 않는 산처럼 굳건히)을 부대의 깃발로 삼아 보병 중심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부대를 대파하기도 했다.


특히 다케다 신겐은 신라의 후손으로 장보고를 대대손손 숭배했다고도 전해진다. 어떤 분야이든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가 지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금도 덩달아 커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의 선택의 폭은 줄어들고, 다양화되기 점점 어려워진다.


닌텐도가 1981년에 오락실용 게임으로 개발한 동키콩은 미야모토 시게루를 비롯해 소수의 인력으로 만들어, 대히트를 기록하며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왔다. 일본에서 8비트 패미콤 전성시대에는 수십개의 게임회사가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기술력의 상승과 개발비의 급등 속에서 도태되어 갔고, 결국 7개 정도로 정리됐다. 사업적인 리스크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규모가 큰 게임회사들도 결국 시리즈물에만 연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모됐다.


일본의 콘솔 시장은 사양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버텨낸 기업들에게는 ‘살아남은 자의 이익’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안정세를 유지해 갈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시리즈같은 게임이다. 개발 비용은 지속적으로 들어가지만, 이미 수십년간의 브랜드 인지도가 확립되어 있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사랑받을 타이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닌텐도의 이런 안일한 모습은 사무라이 정신에 얽메여 기병을 운용하지 않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패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흐로 일본의 게임 시장은 닌텐도나 소니가 주역이 아닌, 그리(GREE)나 디엔에이(DeNA)와 같은 휴대폰 기반의 소셜게임 포탈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 그리(GREE)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되는 ‘그리 플랫폼(GREE Platform)’에 78개 회사를 참여시켰다. 온라인 유통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프레임웍을 만들고, 아마추어 팀들에게도 개발의 기회를 주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다케다 신겐이 기병대를 조직해 전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이치로 풀이할 수 있다. 급격하게 바뀌어진 생태계에는 적응의 문제가 불거진다. 어떤 스마트폰 게임사나 소셜게임 회사들도 현재 개발 인재 부족의 벽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낮은 개발비로 매출 높은 게임을 만들어내야 하는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케다 기마대는 아쉽게도 몽골제국의 기병대들처럼, 말 위에서 칼이나 활을 사용해 싸운 게 아니었다. 말을 타고 달려나가, 일단 내린 후에 싸웠다는 것이다. 기동력에선 앞섰지만, 그 외에는 보병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현재의 스마트폰 게임과 소셜게임 붐도 다케다의 기마대처럼 한계에 다다를 게 뻔하다. 말을 타고 전장으로 돌진하는 것까지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다케다도 사무라이 정신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말을 타고 싸우지는 못했다. 억지스런 비유인지 모르지만, 우리 업계는 말을 탄 채로 적들과 싸우는 전략을 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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