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양치기 박사님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1.19 10:4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년 전부터 걸핏하면 게임의 유해성을 지적해대 북미 업계의 공공의 적(?)이 된 인물이 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더글러스 젠타일 박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2009년에는 미국 젊은이들의 8.5%가 게임에 중독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그 타당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리서치 그룹에서 제공된 1,178명의 샘플 데이터를 도박 중독의 징후와 대조했다. 그 결과 8살부터 18살까지의 미국인 중에 8.5%가 게임 중독의 징후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더글러스 박사는 그 이듬해엔 영국의 한 방송사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진과 함께 성인 남성 40명을 대상으로 폭력 게임의 영향에 대한 조사를 했다. 우선,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축구 게임을, 다른 한쪽에는 FPS게임을 20분간 플레이시켰다. 그런 후에 40명 전원에게 폭력적인 뉴스 영상을 보여주고 심박수를 측정했다. FPS게임을 플레이한 20명은 축구 게임을 플레이한 남성들에 비해 심박수의 상승이 매우 적었다.


또, 피험자들과의 집단 면접중에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려 그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그 결과 축구 그룹은 80%가 필통을 줍는 것에 도움을 준 반면, FPS 그룹은 40%밖에 도와주지 않았다.


더글러스 박사는 이 프로그램 말미의 인터뷰에서 “폭력적인 게임은 단 20분만 플레이해도 남성들은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게 만든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지었다. 게임에 관해선 그토록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던 더글러스가 박사가 마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는 듯한 상반된 주장을 얼마전부터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더글러스 박사는 비디오게임의 심리적 영향과 관련된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소셜게임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소셜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생활에서도 남을 돕는 행위가 자발적이며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게임을 하면 남을 배려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던 그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다.


이번 조사는 미국과 일본, 싱가폴 지역에서 행해진 실험으로 학기 초에 소셜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어린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교 생활 중에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협력하는 행동이 빈번하게 보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셜게임들이 유저 커뮤니티 확산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인 ‘친구의 농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라’는 식의 퀘스트가 이런 류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이다.


더글러스 박사는 “비디오게임과 소셜게임은 원천적으로 게임의 목표가 매우 다르다. 그러나 관련된 연구 목적과 실험 방식에 따라 게임은 특정한 부분에는 훨씬 파워풀한 학습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물론 그 효과는 좋은 성향도 있는 반면, 나쁜 성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그간 자신의 주장들을 정당화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일삼던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생각난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