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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다치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1.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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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만큼은 아니지만 이웃나라 일본도 게임 과몰입과 관련된 이슈가 조금씩 터지고 있는 모양이다. 가정용 게임 천국으로 수십년간을 지내왔지만,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난적은 그리 많지 않은 곳이 일본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건 휴대폰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생겨난 게임 과몰입 현상인 듯하다.


모바게나 그리(GREE)처럼 국가적 불황에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소셜게임 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 이 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시간과 돈을 대량으로 투여하고 있는 휴대폰 게임 과몰입자들의 존재라고 말한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는 휴대폰게임에 과몰입하는 이유로 두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첫번째는 ‘게임 내에서의 인간 관계’다.


이는 게임 내에서 친구나 다른 유저에게 승인을 받으면, 쉽게 게임을 떠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상의 인간 관계, 결국 친분 때문에 친구를 놔두고 혼자서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행성을 부추기는 게임 시스템’을 들고 있다. 이것은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도박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24시간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 갖춰진 것과도 깊은 관련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일본의 한 미디어가 소셜게임에 과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36세의 A씨는 “게임 내에서 알게되어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뭐든지 상담해주던 마부다치(우리 말로 친한 친구, 절친에 해당하는 일본 속어)라 생각했던 사람과 신뢰가 깨지면서 게임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20만원 가까이 돈을 썼는데도 쓰러뜨릴 수 없었던 보스 몬스터를 그 친구는 너무도 쉽게 수백번이나 쓰러뜨렸다. 나는 친구에서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고, 그는 비싼 아이템을 사달라고 해, 그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결국 그 친구가 알려준 방법은 버그를 이용해 최강 캐릭터가 되는 부정한 툴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후로도 마부다치의 요구는 계속됐다. 게임 내에서 자신이 획득한 레어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주기를 강요했다고 한다. 친구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A씨는 그의 요구에 몇번이고 울며 겨자먹기로 응했다.

그러던 중, 마부다치는 “집세가 밀려 있으니 수백만원을 꿔달라”는 요구를 했다. A씨는 그제서야 본인이 친구가 아닌 돈줄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게임을 그만뒀다고 한다.


회사원 B씨도 비슷한 사연이다. ‘ 괴도로열’이란 게임을 1년이상 플레이해온 그는 레벨이 1,000을 넘는 초고수였단다. 어느날 초보자로 보이는 유저에게 친구 등록 신청이 왔다. 언제나 귀여운 이모티콘을 이용해 상냥한 쪽지를 보내는 그와 어느덧 마부다치가되어 버렸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의 반열이었던 B씨의 눈에는 초보 유저가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배틀이 벌어질 때마다, 강해지는 아이템을 그에게 선물해주기 시작했다.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B씨는 우쭐해졌고, 그 기분에 점점 몰입돼 갔다.


그러나 은근한 아이템 선물 요구가 계속됐고, 어느순간 B씨는 스토킹 당하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한다. 결국 두사람은 다투게 됐고, B씨는 친구를 잃었다는 생각에 게임을 그만두고 말았다.


사실상,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에서 온라인게임이 태동할 당시에 빈번했던 일이었다. 일본에도 물론 온라인게임이 서비스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의 소셜게임 열풍에 의해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초기에 드러나는 문제들을 방치해둔 결과, 우리는 셧다운제라는 무서운 형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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