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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2.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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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좀비가 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렇듯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기사에 인터뷰를 했던 영국의 한 전문가가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며 관련 매체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신사의 나라가 떠들썩하다. 문제가 된 매체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메일’이다.


이 신문을 필두로 BBC를 비롯한 일부 미디어들도 덩달아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데일리메일은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살아있는 좀비’라고 자극적으로 표현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듯하다. 


기사 내용 중에는 ‘콜 오브 듀티 : 모던워페어3’와 ‘피파12’의 게임 패키지 사진과 함께 무시무시한 좀비의 사진을 게재해 말도 안되는 기사내용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두고 있다. 뭐든 안되면 게임 탓으로 돌리는 전형을 보여주는 데일리메일의 기사 속에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했던 현지 자선단체 ‘키즈 앤 미디어’로버트 허트페처씨의 코멘트는 대략 이런 식으로 왜곡됐다.


“게임은 요즈음 붐을 이루고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젊은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공감이나 배려를 동반하는 현실의 인간관계가 게임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버추얼 인간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의 교류는 아마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로버트씨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 완벽하게 날조’된 코멘트라고 데일리 메일에 항의했다. 그 증거자료로 인터뷰 중에 자신이 녹음한 MP3 데이터를 공개하고, 자신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은 게임의 사회적 영향을 옹호하는 긍정파라고 호소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친구와의 교류를 유지하고, 전세계 게이머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게임은 대다수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이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그런 과몰입이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씨의 항의를 받고 BBC 등의 매체는 기사 내용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주범인 데일리메일은 귀를 꽁꽁 틀어막은 것인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있단다. 이 사태가 요즈음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일간지가 연일 메가폰을 들고 외쳐대는 게임 마녀사냥으로 시끄럽다.


어떤 근거로 게임 좀비 운운하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투성이다. 대한민국의 수출 효자 산업으로 칭찬받던 게임산업을 짓밟아 무슨 이익을 보겠다는 건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들은 게임이 학교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요즈음의 이런 행태는 대한민국이라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학교 폭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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