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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2.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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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인디계 게임개발사 ‘올모스트 휴먼’이 개발하고 있는 정통 던전 RPG ‘레전드 오브 그림록’이란 게임이 최근 유럽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인디계 개발사이지만, 벤치마크 소프트로 유명한 ‘퓨처마크’ 출신들과 ‘앨런웨이크’의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한 실력파 집단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게임 개발의 상황을 공지하는 그들의 공식 사이트에 지난 1월초 한 게이머로부터 질문이 올라왔다. ‘던전마스터’ 처럼 이동 아이콘을 마우스로 클릭해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나요? 이에 대해 개발사의 페트리 씨는“이동 아이콘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 그것이 필요합니까” 라고 답변을 올리자, 그 게이머는 “저는 목 아랫부분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스틱을 입에 물고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던전마스터 처럼 이동 아이콘을 클릭하는 설정이 있다면 훨씬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불과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개발자 페트리 씨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올렸다. “당신을 위해 이동 아이콘을 추가했습니다. 메뉴에서 쉽게 설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개발사의 신속하고 친절한 대응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요청을 했던 게이머뿐 아니라 관련 커뮤니티가 칭찬의 소리로 들끓고 있다.


사실 어떤 게임사도 유저들의 모든 요청에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모범적 사례가 된 듯하다. 결국 ‘올모스트 휴먼’은 자연스럽게 회사와 게임을 홍보하게 됐고, 게이머들의 두터운 신뢰까지 함께 얻었다. 미국의 다양한 게임리뷰 사이트 중에는 장애를 가진 게이머들을 위한 곳도 있다.


에이블게이머즈의 편집장인 스티브 스폰 씨는 자신이 근이양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있지만, 고통을 받고 있는 다른 장애인들을 위한 게임의 리뷰에 올인하고 있다. 에이블게이머즈는 청각 장애나 색 구분이 어려운 사람, 한쪽 팔만 쓸 수 있는 사람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신체적 핸디캡을 가진 사람도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접근성’에 포커싱을 두고 리뷰를 작성하고 있다.


마우스를 2~3센티밖에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에게는 마우스 감도 조정을, 색 구분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적합한 컬러 조정 등 어찌보면 일반인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이지만, 이런 옵션 설정을 해두는 것 만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여러개의 키보드 버튼을 신속하게 누를 필요가 없이 마우스만으로 조작 가능한 MMORPG가 이런 접근성이 가장 높은 방식이라고 그들은 분석한다. 스티브 씨는 블리자드, 팝캡, 미씩, 바이오웨어 등과 같은 유명 회사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것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저 인터페이스의 색상을 바꾼다거나 버튼의 기능을 추가로 할당하는 정도의 간단한 것이라도 플레이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 좋은 예로 PS3용 배트맨 아캄시티를 들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버튼을 연타하는 대신에 콘트롤러를 흔드는 옵션이 마련된 점이 에이블게이머즈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작은 배려는 언제나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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