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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2.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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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롤플레잉 장르에 비해, 어드벤처 게임은 어지간한 골수팬이 아니면, 이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드벤처 게임은 퍼블리셔에 개발을 제안해도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최근 북미의 개발자 2명이 클라우드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를 이용해 포인트 & 클릭 방식의 신작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겠다고 제안해 거액의 개발자금을 순식간에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 킥스타터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인터넷 상에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에게 자금을 제공받는 서비스다.


1990년대 루카스아츠에서 수많은 걸작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냈고,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 ‘더블파인’이라는 개발사를 설립한 ‘팀 셰이퍼’와 ‘론 길버트’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팀셰이퍼는 ‘그림판당고’, ‘ 풀스로틀’, ‘데이오브더덴터클’ 을 그리고 론 길버트는 ‘원숭이 섬의 비밀’시리즈와 ‘매니악 맨션’의 개발자로 명망이 높은 어드벤처 게임계의 거물이다.두 사람은 게임의 개발 자금과 메이킹 영상의 제작비용으로 40만달러(약 4억5천만원)를 설정했다.


비용이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닐까 하고 긴장했지만, 뉴스를 통해 두 사람이 발표한 프로젝트의 존재를 인식한 게이머들이 잇달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순식 간에 목표 액수를 넘어버리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필요한 프로젝트 비용을 공개하고 불과 8시간 11분만에 원하는 액수에 도달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목표 금액이 달성된 후에도 더 많은 자금이 모여들고 있다는 점이다. 2월 17일 현재 190만달러(약 21억원)가 모아졌고, 후원자 수만도 5만5천명을 넘어섰다.


아직도 모금 마감까지 20여일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최종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킥스타터 측에 따르면, 이번 펀딩은 금액과 후원자 수에서 지금까지의 기록을 훌쩍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후원자 중에는 ‘마인크래프트’의 제작자인 ‘마커스 페르손’과 같은 게임 개발자를 비롯해 여배우 ‘페리시아 데이’ 등 유명인도 꽤 포함돼 있다고 한다. 킥스타터에 설치된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최소 15달러부터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있다.


후원자에게는 그들만의 온라인 커뮤니티, 베타 테스트 참가, 메이킹 영상 등의 특전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1,000달러 이상을 제공하면, 개발팀의 아티스트가 후원자의 초상화를 직접 그려주기도 하고, 5,000달러 이상은 게임에서 사용된 원화 일러스트 증정, 1만 달러부터는 개발사의 두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고 회사 투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 개발사 측은 개발 계획을 후원자들에게 보고했다.


PC와 매킨토시는 물론, iOS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 대응, 등장 캐릭터의 음성은 영어로 더빙하고,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독일어, 스페인어에 대응시키겠다고 밝혔다. 매니아 장르로 전락(?)한 어드벤처 게임의 개발 프로젝트가 이렇듯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두 사람이 유명 개발자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진정한 걸작을 플레이하고 싶은 게이머들의 열정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대형 퍼블리셔나 투자회사의 도움이 없이도 필요한 개발비용을 모을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된 듯하다. 독립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개발자들도 이런 방법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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