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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불치병 치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3.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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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1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낼 수 없었던 단백질의 입체구조가 게이머에 의해 발견된 사건이 지난해 9월 북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생물체를 만드는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된 고분자화합물이고, 아미노산의 배열에 의해 다양한 입체적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단백질 폴딩이라 불리는 것이다.


아미노산의 배열로 그 입체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수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지만, 이는 슈퍼컴퓨터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워싱턴대학의 컴퓨터엔지니어링 학과와 생화학과는 게임을 만들어, 유저들로부터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퍼즐게임‘폴디트(Foldit)’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가 불과 열흘만에 풀어낸 분자 모델이 에이즈 치료용 신약 개발에 중요한 효소 구조였던 것이다.


사실 게이머들이 폴디트를 플레이한 목적은 과학적 발견과는 무관하게, 그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것이었다. 워싱턴대학은 게이머들의 플레이 동기 부여를 절묘하게 이끌어내 대단한 발견을 한 셈이다. 이번 성과는 에이즈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나 암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고, 게임이 업데이트됨에 따라 더 새로운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게임을 연구에 이용하려는 프로젝트는 캐나다 마길대학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파이로(Phylo) 프로젝트도 폴디트와 같은 콘셉트의 온라인게임으로, 플레이를 통해 유전자 질환의 원인 규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은 단순히 블록을 옮기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각 블록이 유전자의 염기를 나타내고 있어 유사한 염기 배열을 맞춰, 유전자의 진화를 해명할 수 있다고 한다.


암이나 당뇨 등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 질병 치료에 도움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서비스 1년이 지난 현재, 17,000명의 유저들이 이미 35만종에 달하는 염기패턴을 찾아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은‘에인션트 라이브’라는 게임을 만들어, 고대 문서 해석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100년 전부터 이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의 유적 옥시린코스에서 발견된 방대한 파피루스 문서를 비롯해, 4세기 이전에 쓰여진 복음서 등이 아직 15% 정도 밖에는 해석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문서들을 디지털화해 일반인들의 게임 감각으로 해석을 해보자는 시도다.


이들 프로젝트는 게임의 틀을 이용해, 과학적인 문제를 많은 사람의 협력으로 해결하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백질의 입체구조나 이집트의 상형문자 해석 등은 슈퍼 컴퓨터에게는 매우 난해한 문제이지만, 의외로 직관적인 뇌의 기능과 게임을 활용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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