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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비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3.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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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에 제품의 입소문을 퍼뜨리는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 이 방식은 TV나 신문, 잡지 광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개발사들도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다. 접근성이 용이한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이와 관련된 사기 행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애플은 iOS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인기 차트 상위권에 올려주겠다고 선전하는 서비스는 이용하지 말라”는 짧은 경고문을 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월터카먼이라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자가 iOS게임의 정보 사이트인 ‘터치아케이드’의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어플리케이션의 프로모션을 대행해주겠다는 어떤 업체로부터 들은 사연을 낱낱이 공개했다.


대행 업체는 자동으로 다운로드를 반복하는 BOT프로그램을 이용해 월터 씨가 개발한 게임을 Top 25랭킹 내에 진입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Top25 순위 내에 올라있는 게임 어플리케이션 중에 8종이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의 성과라고 밝힌 점이다. 월터 씨의 기고에 대해, 또 다른 개발자는 “이 문제는 이미 앱스토어가 열린 시기부터 자행돼 온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애플은 전혀 대응을 하고 있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플이 경고문을 낸 것도 개발자 커뮤니티가 점점 시끄러워지자,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액션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는 소위, 입소문마케팅협회가 있어, 바이럴 마케팅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두고는 있지만, 애초부터 불법을 저지르려고 작심을 한 이들에게 통할 리 만무하다. 얼마전 북미에서는 유비소프트가 유튜브 등에 공개한 광고 영상이 물의를 빚고 있다. 3월중에 유럽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인 Wii 전용 게임 ‘We Dare’의 프로모션 영상이 지나치게 선정성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줄이 달린 Wii 리모콘을 길게 늘어뜨리고, 양쪽에서 남성과 여성이 이를 핥는 장면과 여성의 치마 뒤에 넣은 리모콘을 남성이 두드리는 장면 등이 지적됐다. 애초부터 북미 시장에서는 판매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게임이지만,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은 유비소프트 측은 북미에서는 이 광고를 볼 수 없도록 유튜브 측에 설정을 바꾸도록 요청했다.


이 게임은 주 타깃이 20세 초반의 젊은층으로 흥겨운 파티를 즐기는데 도움을 주자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사실 상 광고 영상의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게임의 설명보다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강조해 일부러 화제가 되도록한 얄팍한 의도가 문제시 된 것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어느나라 회사를 막론하고 게임의 흥행을 위해 도를 넘은 바이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까지 잇달아 접목되며, 그 과열 양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피해는 이런 마케팅에 현혹된 게이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한 두번, 이런 경험을 한 소비자는 게임의 선택에 조심스러워진다. 그럴수록 더욱 자극적인 마케팅이 횡행할 수 밖에 없는 게 시장 구조의 악순환이다. 변변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도 없이 오로지 게임성으로만 승부를 걸어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마인크래프트’가 더욱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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