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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포’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4.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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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에선 ‘포켓몬+노부나가의 야망’이라는 닌텐도DS용 게임이 발매됐다. 얼핏 제목만으로는 누가 들어도 상상하기 힘든 언밸런스한 조합이 분명해 당황스러울 정도다. 포켓몬이라 하면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타이틀이고, 노부나가의 야망은 이미 등장한지 30년 가까운, 말하자면 포켓몬 세대의 아버지들의 추억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1억 6천만개 이상 팔린 포켓몬과 일본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즐겨본 노부나가의 야망의 결합이기에 그 브랜드 파워는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음직하다. 이런 조합이라면,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간판 타이틀인 ‘무쌍’시리즈와의 결합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무쌍은 모든 시리즈를 합해 지금까지 2,700만개나 출하된 데다가 이미 건담, 북두의 권, 원피스 등 인기 타이틀과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했던 풍부한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코에이테크모게임즈의 총괄 프로듀서가 현지의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보면 수긍이간다.


“무쌍 시리즈는 무기를 들고 적을 한번에 쓸어버리는 ‘일기당천의 쾌감’이 게임의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포켓몬은 기본적으로 무기를 가지지 않고 대전합니다. 포켓몬 시리즈 중에 액션의 쾌감은 ‘슈퍼 포켓몬 스크램블’에서 이미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새로운 콘셉트를 개척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테크모와 합병 이전부터 코에이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면서 롤플레잉이나 액션 장르에 밀려, 시뮬레이션 게임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아왔던 게 현실이다. 코에이테크모로써는 포켓몬과의 크로스를 통해 시뮬레이션 게임의 붐을 재현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무쌍을 버리고, 노부나가의 야망을 선택한 데에는 자사의 정통 인기 장르를 부활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


‘포켓몬+노부나가의 야망’은 출신성분(?)이 철저히 달랐던 만큼, 개발도 쉽지 않았던것 같다. 처음 이 제안을 했던 코에이테크모 쪽에서 여러번 기획을 뒤집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포켓몬이나 노부나가의 야망, 두 시리즈 모두 양사의 특별한 게임이었고 전세계에 팬들을 갖고 있는 이상, 그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만들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현지의 전문가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게임의 결합에 관해 양 측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팬층의 지지에 의해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보장되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과거 2D격투 장르의 양대 산맥이었던 SNK와 캡콤의 스타 캐릭터들이 꿈의 대전을 벌이던 때만 해도, 유사한 장르끼리의 결합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포켓몬과 노부나가의 조합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본의 성숙된 협업 시스템의 진수를 보는 듯해 부럽기만 하다. ‘메이플스토리+스페셜포스’라든지 ‘리니지+프리스타일’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은 아니라는 것이 이번 일로 증명된 셈이다. 국내 게임회사들의 유연한 사고가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빅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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