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곳에 가서라도 누구와도 즐겁게 할 만한 게임이 있을까. PC나 콘솔, 스마트폰 등 모든 디지털 게임과 장기, 바둑 같은 아날로그형을 통틀어, 유일무이한 게임이 있다. 별도의 도구도 필요 없고, 전원을 연결할 필요도 없다.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가위바위보’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게임인 셈이다. 가위바위보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종이와 가위가 일반인에게도 보급되던 5세기 무렵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로 전해진다. 유럽에는 17세기에 프랑스를 통해 전파됐고 미국에는 18세기 독립전쟁을 지원한 프랑스의 로샴보 장군에 의해 소개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래된 설에는 동물이 등장한다. 뱀은 괄태충(연체동물)을 무서워하고 괄태충은 개구리를 겁내하고 개구리는 뱀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뱀-괄태충-개구리가 서로 천적이 된 것은 한 동물이 지나치게 세력이 커지는 것을 서로 견제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가위바위보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강자는 있을 수 없다. 규칙이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것이다.
기원전 600년경, 포르투갈 북부에 살던 켈트족이 시작해 기원전 3세기에는 포르투갈 전역에 퍼졌으며, 그로부터 50년 후에는 스페인에서도 가위바위보를 즐겼다고 한다. 이 놀이는 로마의 유럽 정벌로 인해 이탈리아까지 퍼졌지만, 로마인들은 식민지였던 영국에게만은 물고 물리는 놀이의 구조가 저항감을 키울 것으로 우려해 전수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인도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가위는 쥐를 의미한다. 바위는 호랑이, 보는 코끼리를 상징한다. 인도의 전래 동화에 따르면 쥐는 이빨을 이용해 갉아먹거나 콧속으로 들어가면 코끼리는 죽게 된다. 코끼리를 숭배해온 인도인들은 코끼리가 호랑이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데에서 가위바위보가 유래됐다고 한다.
세계 가위바위보협회는 또 다른 유래를 내놓고 있다. 가위바위보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200년경 일본에 있었다고 한다. 이 놀이가 주변국들과 무역을 하면서 아시아에 전파됐고 18세기에는 유럽에, 이후에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져 갔다는 것이다. 1832년 파리에서 신사들의 모임으로 출범한 가위바위보 클럽이 사교 문화의 근원이 됐으며, 현재 이 단체는 세계 공통의 가위바위보 규칙 제정, 대회 개최, 어린이 교육 홍보활동 등을 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의 원리는 현대에 들어와 디지털형 게임에도 적용돼 미묘한 재미요소가 됐다. 스타크래프트처럼 히트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3개의 종족이 등장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며, 종족을 4개로 늘렸던 게임들은 결국 미묘한 물고 물리는 재미를 주지 못하고 시장에서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진정한 재미 요소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라면,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가위바위보의 원리를 다시 한번 고찰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