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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No’라고 해도 …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4.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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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일이다. 1982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보스턴대학에서 주는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으러 미국에 갔다. 그때 굴지의 현지 기업들을 시찰하던 중, 우연히 휴렛팩커드 사무실을 보고 그는 깜짝 놀란다. 사무실 내의 모든 관리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업무를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니 당시, 누가 갔더라도 놀랄 만한 장면이었을 법하다.


이 회장은 이를 마냥 부럽게만 바라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야한다는 걸 그 때, 직감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귀국하기가 무섭게, 그는 바로 출장 가방을 다시 들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선진국 일본으로 가서 수많은 반도체 전문가와 사업가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이 회장에게 실패할 게 뻔하다며 손을 떼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 경고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는 생산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 회사마다 창고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만류가 단순한 경계심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삼성 그룹 임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반대 의견을 들을 때마다 “사업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 위험을 이겨내야만 미래가 열릴 것”이라 역설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1,3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고 말았다.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았던 이 회장을 원망했지만 그는 태연했다.


이병철 회장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반도체의 종류는 수천가지가 넘는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이익이 많이 나는 품목을 찾아야 한다. 이윤이 적게 나는 것은 적게 만들고 많은 것은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사업”이라고 격려했다. 그리고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결국 삼성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고의 반도체 생산 기업으로 우뚝섰다.


무에서 유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반도체 신화, 그 밑바탕에는 이 회장의 무서운 결단과 추진력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No라고 반대해도 자신만의 결단력으로 성공의 빛을 본 예는 세계 IT계의 거목 스티브잡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완성시킨 매킨토시 컴퓨터는 애플이라는 기업을 세상에 알린 기념비적 제품이다.


매킨토시는 개인용 컴퓨터가 추구해야할 미래 비전을 누구보다 먼저 실현한 창조적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은 물건이다. 매킨토시는 당시 시장을 독식했던 IBM을 맹추격해, 출시후 불과 두달여만에 5만대를 팔아치운 기록적인 히트 상품이다. 매킨토시를 개발하면서, 잡스는 기존의 개념들을 철저하게 뒤집었다. 이병철 회장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임원들도 그의 황당한 기획에 누구 하나 찬성하지 않았다.


잡스는 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기본이었던 가로형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테이블 위에 세워 놓을 수 있는 세로형태의 모델을 주장했다. 그는 컴퓨터 본체의 크기도 큼지막한 것이 대세였던 분위기 속에서 전화번호부 정도의 크기로 줄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잡스의 구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고,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리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 그가 고안해낸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잡스의 무시무시한 추진력과 고집의 산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임 개발에도 CEO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중요하다. 물론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최근의 게임 개발 상황을 보면, 진취적인 도전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저 과거의 히트작을 등에 업은 채 시리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확보해둔 두터운 팬층과 높은 인지도의 유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CEO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성공은 치열한 도전의 역사 속에서 이뤄졌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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