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한류 통한 한식의 세계화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6.07 11:4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슈퍼마리오에 등장하는 뿔이 돋은 단단한 거북 등껍질에 괴수의 머리를 한 최종 보스 몬스터 '쿠파'. 게임 클리어를 코 앞에 둔 상황, 언제나 갈 길을 가로막던 쿠파는 게이머들에게 짜증나는 보스였을 법하다. 그만큼 강한 인상이 남아, 녀석의 이름마저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왜 쿠파란 이름이 붙여졌을까. 그 비밀이 얼마전 방한했던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그에 따르면, 캐릭터의 이름을 지을 때, 음식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강한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한국의 '국밥'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국밥을 쿠파라 발음한다) 시장통에서 힘을 쓰던 사내들이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던 국밥의 유래를 미야모토 씨가 알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미지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2005년 10월에는 블리자드가 만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김치’가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 팬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한국의 대표음식을 넣은 것으로 외국회사가 만든 게임에 한국음식이 들어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슈퍼마리오의 국밥 몬스터와는 그 도입의 취지가 다른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2008년 7월, 일본에서 서비스되는 리니지2에 김치와 인삼을 아이템으로 집어넣었다.


WOW에 등장한 김치와는 목적 자체가 달랐다. 우리 농식품의 일본 홍보를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제휴, 일본인들에게 두 음식이 게임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영양이 높다는 걸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이듬해에는 아이닉스소프트가 개발한 한국형 판타지 MMORPG ‘칼 온라인’이 글로벌 서비스를 계기로 고등어 생간장구이, 연어 된장찜, 장어구이 등 우리 전통 음식을 아이템으로 도입했다. 또 엔도어즈의 군주 온라인에는 한국 음식 레시피도 등장했다. 물론 이 두 게임은 태생적으로 한국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탓에 한식 아이템의 존재가 전혀 이상하지는 않다.


몇년전 대통령 영부인까지 나서 ‘한식 세계화’를 소리 높이 외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들이 알고 있는 한국 음식은 불고기 정도가 고작이다. 황당하게도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외국인도 허다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음직하다.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전세계 백여개 나라에 십수억명이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게임한류의 위상은 이 처럼 어마어마하다. 옥구슬을 창고 안에 잔뜩 쌓아놓고 배를 곯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온라인게임은 한식의 세계화를 앞장서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툴이 될 수 있다. MMORPG에서 회복을 하려면, 반드시 물약을 마셔야 한다는 법이 대체 언제부터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판타지 세계관에 입각해 아이템을 기획한 것이겠지만, 물약 대신 식혜, 수정과를 넣으면 안되란 법도 없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월드를 창조하는 것은 우리 개발사들이기 때문이다.


게임한류를 잘 활용하면 수백억씩돈을써가며일부러한식알리기에나설필요도없다. 게임업계가 정부의 규제에 의기소침해 잔뜩 웅크리고 눈치만 볼 게 아니다. 게임으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된다. 업계가 게임한류를 통해 한식 세계화 홍보에 앞장선다면 조금 더 가슴을 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