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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獨創)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6.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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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E3쇼 개막 직전 닌텐도는 또 한번 깜짝 발표를 감행했다. 평소처럼 넓디 넓은 발표회장이 아닌 본사가 있는 교토의 회의실에서 그것도 인터넷 중계로 말이다.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독창(獨創)이라고 씌여져 있는 액자 앞에는 이와타 사토루 사장이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 있다. 독창이란 글은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이 즐겨 쓰던 말로 뭔가를 개량하는 것이 아닌,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자는 닌텐도의 개발 철학을 나타낸 말이라고 한다.


첫 발표를 이곳에서 하게 된 것도, 2008년부터 Wii의 후속 모델에 관해 끊임없이 논의해왔던 의미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란다. 그는 같은 방에서 모여있으면서도 제각각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조작하고 있는, 말하자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며, Wii U의 탄생에 모티브를준 의미있는 사진이라 밝혔다.


이와타 사장은 “기술적 진보는 다양한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도 했지만,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서로 자신의 기기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행동양식은 미래의 인간관계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지만 고독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교류를 위해 함께 체험하며, 서로 나누는 방법을 Wii U가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를 위해 Wii U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Wii U 게임패드에 붙어 있는 화면은 터치스크린으로 현대인이라면 직관적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모션센서나 자이로센서가 탑재돼 있어 Wii리모콘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Wii U 게임패드는 반드시 TV가 있는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디에서든 독자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가족이 TV를 보고 있어도, TV 모니터 내의 독립된 화면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전 하드웨어였던 닌텐도Wii가 거실에 함께 있는 가족과 친구를 이어주는 머신이었다면, Wii U는 이를 더욱 확대한 개념으로 풀이된다. 같은 공간에는 있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고독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노린 셈이다.


결국 최근의 게임 비즈니스도 인간의 고독을 어떻게 해소시켜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네트웍을 이용한 온라인게임의 커뮤니티라는 것이 한때 디지털 세대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의 고독감을 해소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닌텐도는 진보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하드웨어를 통해 적어도 가족 내에서의 고독감을 없애보려는 데 힘을 쏟는 듯하다.


TV 스포츠 중계에 푹 빠진 아빠, 동네 아줌마와 전화 수다에 열중하는 엄마, 스마트폰으로 채팅 삼매경에 빠진 누나, 휴대형 게임에서 손을 뗄 줄 모르는 동생. 가족 모두가 거실에 함께 있지만 각자 자신만의 디지털 기기와의 소통에만 몰두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 인간의 원초적인 고독감을 줄여보려는 닌텐도의 상품 개발 철학은 훌륭하지만, 스마트 시대가 된 지금 장애물이 너무 많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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