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명과 주유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6.28 11: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국지를 한번쯤 읽어본 사람이라면 오나라의 천재 장수 주유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용모가 빼어날 뿐 아니라, 머리도 매우 비상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후한시대 고급 관리인 태위를 둘이나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그 덕에 주유는 19살의 어린 나이에 태위 관직을 얻게 된다. 그러나 동탁에 의해 나라가 혼란해지자 17연합군 중 손견과 결의하고 그에게 군사와 자금을 지원한다.


손견이 죽고 큰 아들 손책이 원술로부터 벗어나 강동으로 가자, 주유는 자원해서 그를 주군으로 삼아 오나라 영토를 넓히는 큰 공을 세운다. 손책은 죽기 전 동생 손권에게 나라밖 일과 전쟁은 반드시 주유와 의논하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 하지만 그토록 승승장구했던 주유에게도 눈엣가시 같은 철천지 원수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촉나라의 재상 제갈공명이었다.


주유는 여러차례나 제갈공명을 없애려고 별 짓(?)을 다 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제갈량은 적벽대전에서 주유를 설득해 오나라의 참전을 이끌어냈다. 주유도 탐탁치는 않았지만, 국가의 이득을 위해서 상대하기 싫은 제갈공명과 함께 전투를 치러 조조의 위나라에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적벽대전이 끝나고 주유는 또 한번 제갈공명의 꾀에 넘어간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주유가 이끌었던 오나라 군대는 전투에서 수많은 병사와 군량품을 잃은 반면, 촉나라는 눈가리고 아웅하며, 한마디로 거저 승리를 꿰찬 것이다. 재주는 주유가 넘고, 제갈공명은 떡만 챙긴 셈이다.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형주의 주변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은밀하게 출정했지만, 가는 곳마다 제갈공명이 먼저 성들을 차지하고 있자 그 분노가 극에 달한다.


전투에서의 용맹함이나 지략도 자신과는 비교도 안되는 신출내기에게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한 주유는 제갈공명의 편지를 받자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는 죽기 직전 피를 토하며 “하늘은 나를 만들어놓고, 왜 제갈공명이란 인물을 이 세상에 보냈는가”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주유는 미인계를 써서 유비를 속여 오나라와 혼인관계를 맺게 하려 했지만 이 계획이 제갈공명에 의해 물거품으로 돌아가 적잖은 손해를 본적도 있었다. 후세는 주유의 실패를 이렇게 분석한다. 주유는 애초부터 제갈공명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분석 없이, 그저 신출내기라고 무시하며 자만심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도전장부터 내밀었다는 게 잘못된 점이다. 그 결과 주유는 36살이라는 한창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실력이 아직 부족하고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주유가 미리 알아챘다면, 그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었을텐데 말이다. 우리 업계에는 최근들어 뻔히 실력차가 보이는 상대와 무모한 힘겨루기를 하는 현명하지 못한 행태가 자주 보인다.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기적을 맹신해서 함부로 일을 벌였다가는 주유와 같은 종말을 맞기 쉽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한 도전의식은 버려야 한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도발을 하는 것은 자신이 철부지 어린애라는 걸 보여주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성숙한 사업가라면,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최후에 웃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되새겨볼 때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