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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판 시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7.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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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판(談判). 국어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서로 맞선 관계에 있는 쌍방이 의논해 옳고 그름을 판단함’이라 정의되어 있다. 최근들어 우리 업계에는 담판을 짓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분쟁 해결을 위한 것도 있고,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기 위한 것 등 (정보를 다루는 미디어 입장에서 보면) 물밑에서 얼마나 많은 담판이 있었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수개월 전부터 소문은 무성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뒷이야기들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그 회사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CEO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냐 소실대익(小失大益)이냐. 17세기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명성을 떨친 카이엘은 그의 저서 ‘외교 담판법’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원래 기질이 과격하고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은 중대한 교섭을 제대로 성사시키는 일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사람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을 경우나 담판 중에 종종 있을 법한 상대방의 반대나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화를 내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도 화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감정에 휩쓸려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나 상대방을 자기 멋대로 평가해 버리는 사람은 담판을 짓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이 교섭 상대방을 싫어하면 상대도 자신을 좋아할 리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언제나 서로에게 전이된다. 첫 눈에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대을 보고, “이런 타입은 나와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방 역시 같은 감정을 품게 마련이다.


자신의 감정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해진다고 한다. 코넬대의 유리 브롬펜브레너 교수는 이를‘미러 이미지 효과’라고 명명했다. 그는 국가 간의 전쟁 발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미러 이미지 효과’로부터 비롯됐다는 결론을 얻었다.한 국가가 인접한 상대 국가에 역사적으로 오래된 원한을 품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상대 국가가 병력을 늘리거나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한 것 만으로도 “이런 무력 시위는 우리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상대 국가에 버금가는 군비를 증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상대 국가도 군비를 더욱 증강해 대응하게 된다. 이런 양 국가 사이의 연쇄 반응이 결국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브롬펜브레너 교수는 분석했다. 상대방을 싫어하는 감정은 마음속으로부터 불쾌감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은 자신의 그런 불쾌한 감정을 속이려 하지만, 결국 표정에서 드러나거나 말투에 의해서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담판을 잘 지으려면 가급적 상대방을 좋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미러 이미지 효과와 비슷한 원리로 ‘호의의 보답성’이라 한다. 호의는 단방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상대방으로부터도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장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일수록 담판을 잘 짓는 편이다. 얼마전, 우리 업계에는 사상 최대의 담판이 있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수장 두 사람이 만났다. 그렇다면 이 담판의 승자는 누구일까. 시간이 갈수록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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