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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8.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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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치료를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다. 이미 잡스의 여생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소문이 상당히 퍼진 후라, 해외 언론들은 ‘잡스의 후계자 찾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의 IT미디어 ‘테크뉴스월드’는 잡스가 떠난 IT세계를 이끌 차세대 경영자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은 가족과 함께 열살 무렵 미국 중남부 켄터키에 정착했다. 학교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3년 동안 기숙사 변기를 닦기도 했다. 그런 역경이 있었기 때문일까. 젠슨 황은 악바리처럼 공부해 대학원 시절에는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중이던 1993년,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함께 엔비디아를 세웠다.


이 회사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요한 부품인 그래픽칩을 만드는 곳으로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수많은 경쟁 업체가 난립하던 시장에 후 발주자로 진입했지만 결국 1위를 거머쥐었고, 그 왕좌를 꾸준히 지켜내고 있다. 엔비디아가 창조해낸 새로운 콘셉트의 GPU는 컴퓨터 그래픽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부품이다. 특히 3D그래픽을 담당하며, 이와 관련된 연산을 할 때, CPU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3D그래픽 기술을 가지고 PC용 칩을 만들고 비디오 게임기용 그래픽칩, 모바일 기기용 그래픽칩, 심지어는 의료기기와 군사 장비용 그래픽칩 등 지칠 줄 모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바로 이런 창조적 도전이 엔비디아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이 회사가 알려지게 된 것은 2010년 아카데미 영화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아바타’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 표현된 그토록 장대한 판타지 세상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에 의해 창조됐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다시금 이 회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화뿐 아니다. BMW나 아우디와 같은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차를 디자인하고 주행 시뮬레이션을 할 때, 반드시 엔비디아제품과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가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고, 적어도 반년에 한 번씩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몇 년 전, 젠슨 황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인상적인 일화를 소개했다. 창업 초기였던 1996년, 첫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다양한 실패를 거듭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개발과 영업 부서는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개발 속도가 더뎌서 실패했다”, “영업력이 약해서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등 서로 온갖 비난과 책임전가의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2개월을 무의미하게 허비했고 결국 도산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고 한다. 젠슨 황 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바로 세워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이를 고쳐 나가자는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나온 것이 ‘지적인 솔직함(Intellectual Honesty)’이라는 엔비디아의 핵심 가치다.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정착시킨 결과, 엔비디아 직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 “네 잘못이다”에서 “내가 틀렸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스스로의 혁신적 제품을 계속 뛰어넘으며 1등을 유지해온 엔비디아.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고, 재빨리 해결책을 찾아내는  '지적인 솔직함'이 있었다는 점은 우리 업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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