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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게임머신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8.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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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게임 하드웨어는 고성능화되어 진보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하이 테크놀로지만을 추구하던 이런 경향은 스마트 시대가 열리자 대중화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형국이다. 내년 3월에 북미에서 정식 발매를 발표한 새로운 게임기 오우야(Ouya). 아이스크림샌드위치라는 코드네임으로 알려진 안드로이드4.0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고작 99달러(약 11만원)짜리 게임기이지만, 전세계 게임업계가 이 녀석에 주목하고 있다.


CPU는 엔비디아의 테그라3를 탑재했고 1GB의 메인 메모리와 8GB의 플래시 스토리지를 구현한 오우야는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우유곽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프라다, 퓨마의 제품에 관여해온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베허’가 디자인을 담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우야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의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10일, 킥스타터에 기획이 발표되자마자, 불과 8시간만에 목표 액수인 95만 달러를 넘어버렸다. 현재까지는 약 5만명의 투자자들이 65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프로젝트를 발의한 곳은 북미의 신흥 기업‘복서8’으로 이 회사에는 사장인 ‘줄리어먼’을 비롯해 Xbox 탄생의 4인방 중 한사람인‘에드 프리스’등 게임업계의 저명인들이 가세해 있다. 이들의 면면을 봤을 때, 오우야 프로젝트는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모으려 했다기 보다는 홍보가 주목적이었던 것 같다.


신규 하드웨어의 고질적인 문제인 게임 소프트의 공급도 거뜬히 해결해 가는 분위기다. 오우야에 제품 공급을 표명한 게임개발사는 이미 80개사를 넘어선 데다가 마인크래프트의 ‘모장’이나 트리플타운의 ‘스프레이폭스’같은 히트 회사들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7월말에는 일본의 자존심 스퀘어에닉스마저도 ‘파이널판타지3’를 오우야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300개 타이틀이 넘는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클라우드게이밍서비스 ‘온라이브’와 파트너십을 맺어 라인업을 크게 확장했다. 또 라이브스트림의 ‘트윗치TV’나 뮤직비디오 전송 서비스 ‘베보(VEVO)’와도 손을 잡아 게임 이외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신흥 게임기기에 이만큼의 지지가 쇄도하는 것은 저명인사들이 모였다는 것이나 대규모 펀딩으로 화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함이 있다.


오우야는 기존의 플랫폼 홀더들과는 달리 하드웨어 로열티를 개발사들에게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 그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유력하다. 오픈소스의 개념으로 누구나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공개할 수 있는 환경이 주효했던 셈이다. 더욱이 이런 정책은 하드웨어에도 적용돼 사용자들은 게임기 본체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본체 부품을 교환하거나 케이스까지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오우야에 론칭되기 위해서는‘복서8’이 규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 모든 게임이 무료여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때문에 개발사는 부분유료화나 프리미엄 서비스 등의 수익모델을 잡아야 하고, 오우야는 수익 중 30%를 갖는다. 전세계 게임시장에 부는 무료 게임의 열풍을 감안한 정책이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페이스북 게임의 황제 ‘징가’의 통계에 따르면 1명의 사용자가 1달동안 게임에 지불하는 돈은 평균 5센트 정도라는 것. 개발사가 부분유료 모델로 충분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징가 만큼의 액티브 유저를 모아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오우야의 하드웨어 판매량에 따라 개발사들은 어쩌면 손가락을 빨아야할 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거기에, 오우야는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히트하는 게임이 나와도 순식간에 모방작들이 출몰하기 쉬운 불안한 구조인 것이다. 내년 봄 발매 전까지 오우야는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모을게 분명하다. 그전까지 성공이냐 실패냐는 어떤 전문가도 속단할 수 없는 미묘한 프로젝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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