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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8.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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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사막,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등에 잔뜩 짐을 진 채로 줄지어 걷고 있는 낙타들. 필자는 아랍이라고 하면 어딘지 도시 문명과는 동떨어진 듯한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무지한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머릿 속에 박혀 있는 영화 속 장면들 때문인지 금세 한계가 드러난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건, 솔직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전 일본에서 열린 CEDEC 포럼에서 ‘아랍 게임 시장’에 관해 발표한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애널리스트 사토 씨의 강연을 들으면, 필자의 무식함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필자와 같은 오해를 가진 청중들을 위해 강연을 시작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기본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아랍 국가들의 인구를 전부 합하면 3억 6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에 인구 증가율은 평균 2.5%로 전세계 평균 1.1%를 훌쩍 상회한다. 특히 그 중 아랍에미레이트는 4.9%나 된다. 전체 인구 중 30세 미만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55%나 되는 점도 이채롭다. 일본의 30%에 비교하면, 아랍 국가들의 인구 구성은 상당히 젊은 편이다.


언어면에서도 아랍어가 물론 주류이긴하지만,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같은 비영어권 국가들보다도 영어가 잘 통하는 곳이라고 한다. 전세계 국가 중 휴대폰 보급율이 높은 다섯 나라를 꼽으면, 그 중 네곳이 아랍권 국가라는 점도 놀랍다. 아랍인들은 천성적으로 잡담을 즐기고,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단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휴대폰 보급율은 무려 232%에 이른다. 이는 곧, 국민 1인당 2.3대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방증하는 사토 씨의 현지 출장 경험담도 흥미롭다. “택시를 탔는데, 운전수가 한 손으로는 핸들을, 다른 한 손으로는 여러대의 휴대폰을 번갈아가면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스마트폰 보급율도 아랍에미레이트가 61%, 사우디아라비아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이용 또한 활발하다. 아랍 제국 전체로 봤을 때, 페이스북가입자는 현재 4,300만명으로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랍 게임시장의 현황에 관한 사토 씨의 강연을 살펴보자. 이 시장은 콘솔,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등을 전부 합쳐서 지난해 기준으로 10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전후의 규모다.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모바일게임과 소셜게임이 급성장해 시장 규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앵그리버드나 팜빌, 시티빌 같은 게임이 아랍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걸 보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재미 코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인기 있는 게임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웹게임 ‘트라비안’이다. 전세계에서 트라비안을 즐기는 유저 중 27%가 아랍 제국에 몰려있을 정도란다.


소위 말하는 온라인게임 폐인의 비율도 매우 높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주 5일간 매일 5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폐인층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콘솔 게임의 경우 스포츠나 액션, 레이싱 장르가 인기는 있지만, 정식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3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적판이 횡행하고 있다.


아랍에서의 게임 개발에 관해서는 요르단이 주도하는 모양이다. 주변국들과 달리 산유국이 아닌 탓에 지식형 인재 육성에 몰두하는 나라다. 아랍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요르단 정부는 게임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아랍에서 만들어진 게임의 70%가 요르단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대학에도 게임 개발 관련 코스가 있고, 요르단 국왕이 주최하는 게임 콘테스트도 열릴 정도라고 하니 놀랍다. 사토 씨는 강연 말미에 “아랍 게임 시장, 특히 모바일과 소셜게임은 매우 발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는 콘텐츠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처럼 아랍에 무지한 게임 업계인이라면, 다시금 생각해봐야할 기회의 땅이 바로 아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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