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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의 운명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10.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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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쌀집 아들이라고 하면 당연히 부잣집 자제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변변한집 한 채 없어도, 입고 다니는 옷이 좀 허술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밥은 먹고 살아야 했다. 그래서 쌀집엔 언제나 손님이 넘쳐났고 주인은 큰 벼슬이라도 한 듯 떵떵 거렸다. 생활 수준이 점점 나아지면서 사람들은 어느틈엔가 밥 대신 빵이나 다른 대체 식품을 먹기 시작했고, 언제나 활기 넘치던 쌀집엔 손님의 발 길이 점차 줄어갔다.


이젠 동네에서 변변한 쌀집 찾기가 힘들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억지스런 비유인지 몰라도, 가정용게임기가 머지 않아 쌀집의 운명을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창업자인 트립 호킨스 씨는 최근 북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어느순간 틈새 시장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가정용 게임 시장이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킨스 씨는 “비행기로 예를 든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객으로 비행기에 탑니다. 그러나 비행기를 실제로 조종하는 훈련을 받거나,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도 존재합니다. 바로 가정용게임이 가까운 미래에 그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이라는 문화 상품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에 가정용게임도 일정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동향을 보면, 그 대부분의 자리를 PC와 휴대폰, 태블릿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점점 편리함을 추구한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 굳이 특정한 플랫폼(게임기)을 갖는 것보다는 집이나 직장, 어디를 가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웹기반의 게임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렇다고 웹기반의 게임들이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다. 호킨스 씨는 가정용게임에 조만간 닥쳐올 위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은 일부 마니아들만이 사용하는 키넥트같은 모션 콘트롤형 게임들이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도 가정용게임의 초대형 마켓인 미국에서, 그것도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EA 설립자의 발언이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가정용게임기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도 10년 후쯤이면 시장 트렌드의 급변으로 인해 사실상 지금처럼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현재의 중년층 게이머들도 점차 노령화되면, 첨단 기술과 그래픽으로 무장한 가정용게임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렇듯 단순히 생각해봐도 이 시장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 전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현재는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온라인게임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가정용게임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결국 PC 기반의 온라인게임 개발만을 고집해서는 게임코리아의 운명을 담보할 수 없다. 조만간 시장에 나올 ‘삼국지를 품다’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령 이 타이틀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참신한 시도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밝혀줄 등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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